트럼프 2기 통상정책, 전국 지자체 촉각

2025-01-22 13:00:08 게재

고율 관세, 전기차 확대 폐기

지역 산업계 영향 예의 주시

수출기업 지원 등 대책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통상정책에 전국 지자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관세 폭탄’을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고율 관세 부과와 전기자 보급 확대정책 폐기 등을 예고해 지역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평택항 수출현장 지난 1월 1일 평택항 7번 선석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와 정장선 평택시장, 한진평택컨테이너터미널 임직원, 항만노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해 첫 수출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22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시·도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정책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 등을 통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화석연료 생산 확대 및 전기차 장려정책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전국 최대 규모의 수출·첨단기업들이 소재한 경기도는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물론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간재 업체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화석연료 확대 정책은 ‘기후 도지사’를 자처하며 친환경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펴온 김동연 민선 8기 경기도정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접경지를 보유한 경기도의 남북협력사업 등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인천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GM 부평2공장 폐쇄 이후 미래차 부품생산으로 방향을 바꾼 남동국가산업단지 자동차부품 업체들에게 미국의 미래차 확대 지연 정책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 인천상의가 지역 기업 16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2기 경제·경영 전망에 따르면 전체의 66%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의약 업계는 미국의 중국 바이오제품 관세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미 수출확대를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포진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도 상황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량 등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개발로 친환경 차종을 다양화하는 등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전략 비축유를 가득 채워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고 밝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세계시장 60%를 차지하는 한국 조선사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광양 이차전지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광양에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 리튬솔루션 등의 기업과 폐배터리에서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기업 등이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리튬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가 이뤄지면서 원료 수급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이 폐지되면 배터리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정체와 미국의 보급 확대 정책 폐기 등이 겹치면서 살아남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과 전북 역시 전기차에 회의적인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북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의 이차전지 기업들이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북은 새만금 이차전지 특구 조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강력한 견제정책을 펴고 있는데 새만금 이차전지 특구에 투자하려는 국내 기업 상당수가 중국업체와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LG화학의 경우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는데 2023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북도도 자동차 철강 반도체 이차전지 등 경북의 핵심 수출산업은 관세와 무역장벽 강화로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자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시행과 이에 따른 정부 대응에 맞춰 수출기업 지원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신일·윤여운·곽재우·최세호·방국진·이명환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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