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대책 발표…실효성 높여야

2025-01-24 13:00:02 게재

다자녀 지원 실질 혜택 미흡 … 초고령 대응 늑장, 현장 체감도 낮아

정부가 저출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자녀 지원 실질 혜택이 미흡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예상보다 일찍 진입한 가운데 대응은 늑장이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3일 제8차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다자녀가정 지원 확대로 출산 장려한다는데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4년 합계출산율이 당초 예상한 0.74를 넘어선 0.75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자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3자녀 이상 가정에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통행료 20% 감면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37개 휴양림에서만 시행 중인 다자녀 가정 숙박시설 우선예약 제도를 전국 47개 휴양림으로 확대한다. 주차요금도 면제하기로 했다. 특히 휴양림 내 숙박시설의 평균 예약 경쟁률이 5.7:1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다자녀 가정의 여가 활동을 지원한다.

학령기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을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다자녀 가정 자녀의 일반고 우선배정 제도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다자녀 가정 자녀가 집 근처 학교나 형제·자매가 다니는 학교에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들 추가되는 사업은 그간 자녀를 둔 부모들의 생활 속 불편함이 있는 부분에 대한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3자녀 이상 가정 고속도로 통행료 20% 감면은 실제 양육비용 부담 경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 주말·공휴일 한정 20% 할인은 월 평균 2만원 안팎의 비용 절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자연휴양림 우선예약 제도 확대도 전체 47개 휴양림으로 확대된다고 하지만 실제 이용 가능한 객실 수가 제한적이어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고 우선배정 제도 확대도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도권의 경우 이미 학군별 경쟁이 치열해 우선배정으로 인한 기존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계에서는 근본적인 교육 인프라 확충 없는 배정 제도 변경은 또 다른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위원회는 일가정 양립 분야 핵심과제인 육아휴직사업 확대를 위한 추진 계획을 점검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 △육아휴직 급여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확대 △육아휴직 통합신청 △육아휴직 분할사용 확대 등이 안정적인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초고령사회 대비 돌봄체계 강화 =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의 2배에 달하는 2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 15년간 고령화 속도가 기존의 두배 수준으로 빨라져 20년 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37.3%에 이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75세 이상 인구 비중이 OECD 평균의 4배 이상 속도로 증가해 25년 후에는 국민 4명 중 1명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2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수요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고용·소득 △돌봄·주거 △기술·산업의 3대 분야에서 실천 가능한 과제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먼저 같은 날 돌봄과 주거분야의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건강단계별 돌봄을 강화하고 치매환자 예방관리 및 지원을 확대한다. 취약계층 중심이던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전체 노인으로 확대하고 단순 가사 서비스 외 병원동행, 식사·영양 관리 등으로 확대한다. 재가 장기요양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기존 6종의 서비스에 더해 이동지원(병원동행) 등 수요 높은 신규서비스 도입을 검토한다.

특히 치매환자 관리를 위한 예방 및 돌봄지원을 보다 확대한다.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의 주야간보호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의 확대를 검토, 보호자 긴급 상황으로 발생가능한 돌봄공백을 막기 위해 종일방문요양의 연간 이용가능 횟수를 22회에서 24회로 확대한다.

치매노인의 자산보호 강화를 위해 보유자산(치매머니) 규모를 추정하고 안전한 자산관리 대응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주택의 고령친화 환경을 확충한다. 신축·재건축을 통해 신규로 건설되는 공동주택에 고령자를 위한 무장애 시설과 식사·청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친화주택’을 일정비율 이상 건설할 경우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고령자에 필수적인 식사서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지자체가 필요시 신규 공동주택에 공용식당을 설치토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노인복지주택(노인주거복지시설)의 경우, 입소자의 안정적인 거주 지원을 위해 장기요양등급(4~5등급) 판정 시에도 퇴소하지 않고 계속거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막기 위해 치매·질환 등 중증환자 중심으로 요양병원을 개편하고 적합한 환자 대상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고령화 대책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초고령사회 대비 돌봄체계 강화방안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전체 노인 확대 계획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현재도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비스 대상 확대는 오히려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치매환자 지원 강화책도 실질적인 도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종일방문요양 이용 횟수를 연간 22회에서 24회로 늘리는 것은 한 달에 0.17회 증가하는 데 불과해 보호자들의 돌봄 부담 경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친화주택 건설 인센티브 제도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취약계층 주거수선사업 지원금 확대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혜택 증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앞으로 15년간 고령화 속도가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빨라진다”고 경고했지만 이미 예견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75세 이상 인구 비중이 OECD 평균의 4배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출산 추세가 반전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는 정부 정책의 효과라기보다는 인구구조의 일시적 반등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1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4.6% 증가했지만 이는 2023년의 기저효과일 뿐 실제 합계출산율 0.75 전망치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공직사회 출산·양육 지원책도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 확대와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은 민간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의 선도적 제도 개선보다는 민간부문을 포함한 전반적인 육아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규철·김기수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