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외국인 투자는 현미경으로 살펴봐
미 외국인 투자관련 연방규정집 살펴보니
국내 검은머리 외국인 투자 규제없어 혼란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은 외국인 규정”
최근 각 국가간 관세 전쟁과 보복 등 전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기술을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하다. 특히 기술유출도 증가하면서 온갖 편법을 통해 국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과 함께 시행령 초안이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입법예고됐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방향이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제대로된 기술 보호가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초국적 자본으로 무장한 사모펀드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국내와는 대조적으로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외국인이지배하는 법인은 외국인’으로 해석하는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1일 미국 연방정부 행정명령을 집대성한 연방규정집 CFR(Code ofFederal Regulations)에서 외국인을 정의한 조항 800.224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모든 단체’(Any entity
over which control is exercised or exercisable by a foreign national, foreigngovernment, or foreign entity)는 외국인이다.
CFR은 통제(Control)에 대해 법인이 유·무형자산 양도, 주요 투자와 사업 방향, 중요한 계약의 체결과 해지, 임원과 고위 관리자 선임 등을 결정하는 데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권한이라고 설명한다. 즉 법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해당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게 미국 연방정부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매그나칩 반도체의 모회사인 미국 본사를 중국계 자본이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현지 당국이 외국인 투자 승인을 내주지 않아 무산된 적 있다”며 “미국은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자본의 자유도’가 높은 곳이지만 국가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주는 M&A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MBK는 무늬만 국내법인 사모펀드라는 지적이다. 출자자들 대부분이 해외이고 해외자금이 90%에육박하고, 비토권 등 절대적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장부터 대표이사 성격 대표업무집행자 역시 외국인이지만 이 같은 부분은 지금까지 전혀 외국인투자 여부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중동의 해외자금이 무늬만 한국법인인 사모펀드와 손잡고 국내기업 인수와 기술 유출 등에 나서도 사전적 검토나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부족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미국의 연방규정집을 적용하면 MBK나 무늬만 국내법인 사모펀드 역시 외국인과 외국인 투자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창업자이자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투심위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부권은 투심위 3분의 2가 찬성한 사안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권한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사실상 김 회장이 결정했다고 보는 배경이다.
또한 외국인인 부재훈 부회장은 공동 대표 등기임원 중 한 명이며, 외국인인 민병석 파트너가 최고운영책임자로 조직 운영 전반을 지휘한다. 이처럼 외국인이 주요 의사결정과 이행을주도하는 MBK의 특징과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흐름을 우리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해외유출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법 조항을 넓게 해석할 필요는 있다”며 “MBK가 한국법인이더라도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점이 강조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