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연기금으로 민간의 벤처투자 이끌자

2025-04-10 13:00:02 게재

“벤처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 위기다.” 최근에 만난 벤처기업인들의 우려다. 단순히 개별 벤처기업의 사업평가가 아니다.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킬 동력의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한국경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일어난 ‘제1 벤처붐’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9년 시작된 ‘제2 벤처붐’도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2021년에는 벤처버블 이후 코스닥지수 1000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실제 벤처생태계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벤처기업은 1998년 2042개에서 2023년 4만81개로 20배다. 투자조합은 같은 기간 12개에서 72배 늘어난 859개다. 벤처펀드 신규결성액도 825억원에서 12조7627억원으로 155배 확대됐다.

하지만 벤처생태계 성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2024년 창업기업(118만2905개)은 2016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창업의 질을 보여주는 기술기반 창업도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11조9457억원) 역시 2021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23년 기준 전체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더 이상 벤처생태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공고한 밴처생태계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반전시킬 동력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첨단기술 경쟁력을 강화시킬 대안이기도 하다.

먼저 벤처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는 35억달러 수준이다. 일본(90억달러), 싱가폴(50억달러)보다도 적다. 민간분야의 투자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기금과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로 민간투자를 이끌 필요가 있다.

벤처투자는 위험자산이 아니다. 벤처펀드 내부수익률(IRR)은 8.7%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987년 벤처투자조합 제도화 이후 2024년 6월까지 청산된 1107개 펀드(16조3000억원)를 분석한 결과다. 펀드 66%가 수익(연평균 수익률은 15.7%)을 냈다. 내부수익률(IRR) 8.7%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국고채 5년물’ 수익률 5%와 ‘국고채 10년물’ 수익률 3.9%를 넘는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출자한 벤처펀드는 9.2~17.2%의 높은 수익률을 실현했다. 연평균 수익률은 국민연금 13.9%, 고용보험기금은 17.2%였다. 반면 벤처투자를 하지 않는 퇴직연금 적립금(2024년 기준 430조원)의 최근 10년 간 연환산 운용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벤처인들이 과감한 혁신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장(場)을 열어줘야 한다.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과 벤처펀드 출자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김형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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