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상황에서도 크루즈페리 인도
대선조선 “선주·선급과 함께 건조했다”
팬스타미라클, 오사카엑스포 개막에 취항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한 5성급 크루즈페리선박이 13일 일본 오사카엑스포 개막일에 한~일 항로에 취항한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대선조선은 지난 9일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 명명식을 갖고 선주 팬스타그룹에 선박을 인도했다. 미라클호는 2021년 6월 개념설계에 착수한 이후 약 4년 만에 완성했다. 워크아웃 상황에서도 선주가 요구한 날짜에 맞춰 성공적으로 선박을 건조했다.
대선조선은 2023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최초의 한국형 크루즈선 건조가 예정된 인도날짜에 맞춰 건조될 수 있도록 지난해 1월 취임한 대표이사가 직접 공정을 챙겼다.
미라클호는 총톤수 2만2000톤에 길이 171m, 폭 25.4m 규모로 102개 객실에 승객을 최대 355명 수용할 수 있다. 6m(20피트) 컨테이너 250여개도 실을 수 있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 선형(船形)을 채택하고,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크게 줄인 고효율 친환경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해 부산~오사카 간 운항 시간을 기존 팬스타드림호보다 2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파랑 속에서도 선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핀스테빌라이저와 사고가 났을 때 가까운 항구로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도 갖췄다.
크루즈의 상징시설로 꼽히는 객실 발코니와 야외 수영장, 조깅트랙을 비롯해 야외 잔디정원 사우나 카페 테라피룸 카지노게임바 파노라마라운지 등 5성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시설을 자랑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해 선내에 공급되는 공기를 고주파로 살균하는 시스템과 객실 내 개별 온도 조절 시스템 등도 갖췄다. 저위도 위성을 이용한 고속 와이파이를 제공해 젊은층 고객이 선호하는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대선조선은 워크아웃 상황에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매일 작업이 끝나면 대표이사와 현장 작업자들이 작업하면서 생긴 문제점을 공유하고 선주와 선급의 지적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동일철강이 대선조선을 인수하는 시점에 수주한 미라클호는 전반적인 인력부족, 강재를 포함한 자재비의 급속한 상승 등이 맞물려 운영자금이 부족해져 워크아웃 상황을 맞게 된다. 2024년 말까지 인도하기로 한 공정도 4개월 내지 5개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선조선은 팬스타그룹과 상의해 납기를 3월말로 조정하고 뒤쳐진 공정을 따라잡기 위해 매일 작업 시간 후 소통회의를 하며 공정을 맞췄다.
지난해 9월에는 대선조선 다대조선소(부산 사하구)에서 완성한 팬스타 미라클호의 선수·선미 부분 메가블록을 영도조선소 플로팅 독으로 옮겨 이후 공정을 진행했다.
대선조선은 선체를 이루는 150개 블록을 제작해 다대조선소에서 블록들을 선수 선미로 나눠 메가블록으로 조립하는 작업을 해왔다. 선수·선미 부분 메가블록 길이는 각각 80m, 90m 무게는 3337톤, 5518톤으로 최대 높이는 29m에 이른다.
거대한 블록을 옮기는 데는 특수운반차량인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ansporter) 80대와 축구장과 비슷한 규모의 1만7000톤급 초대형 바지선(길이 129m, 폭 36m)이 동원됐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워크아웃 상황에서도 임원진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작업자와 선주 선급과 소통하면서 납기를 따라 잡았다”며 “미라클호는 대선조선이 선주 선급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낸 선박”이라고 말했다.
대선조선 실적은 지난해 크게 개선됐다. 최근 공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대선조선은 지난해 매출 3225억원, 당기순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 2752억원, 당기순손실 1670억원과 대비된다.
현재 네 척의 선박을 내년 1월까지 인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워크아웃으로 인해 신조 수주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설비를 빌려주는 위탁건조나 기자재수주 등으로 생존하면서 버텨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창업 때부터 꿈꿨던 크루즈산업의 꿈에 한단계 도약했다. 1999년 카페리사업에 뛰어들며 ‘장보고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한~일 카페리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미라클호를 건조할 때 일본에서 돈을 빌려주겠다며 일본 조선소에서 하라고 권했지만 대선조선에 발주했다. 그는 중형조선소인 대선조선도 미라클호 건조에 성공하면서 크루즈선에 준하는 고품질 선박을 건조하는 능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