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해양에서의 미중 충돌, 우리가 할 일은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지정학적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 진앙은 미국과 중국이고, 지진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관세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해양에서도 두 세력판이 충돌할 기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미국의 해양지배력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해 4월 연방의회 민주·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함께 채택한 ‘국가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에서 밝힌 진단과 처방을 대부분 담았다.
중국의 해양력에 뒤쳐졌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내놓은 미 의회의 ‘신해양전략’은 초당적으로 채택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의회지침을 주도했던 공화당의 두 의원은 트럼프 2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돼 새로운 세계 전략을 짜고 있다.
행정명령은 ‘해양력 약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미국의 해양능력 약화는 지난 수십년 정부가 방치한 결과였다. 한때 강력했던 관련 산업 기반은 쇠퇴했고, 이는 '적대국들'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대륙국가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당과 정부가 주도해 해양력 강화에 나섰고,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해양굴기와 일대일로는 북극해로까지 확장됐다.
미국과 중국은 파나마운하에서 일합을 겨루고 있다. 미국자본 블랙록이 파나마운하 양쪽 입구에 있는 홍콩자본 허치슨 터미널을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하자 중국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고, 계약은 미뤄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깨진 홍해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홍해는 글로벌 해상공급망의 초크포인트(주요 길목) 중 하나인 수에즈운하와 연결돼 있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를 포함한 7개 글로벌 해상 초크포인트에 대한 포괄적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해협 말라카해협 북극해항로 싱가포르해협 지브롤터해협까지 60일간 조사가 끝난 후 미국이 내놓을 조치는 무엇일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선박에 항만세를 물리겠다고 내놓은 정책은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공포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충돌하는 날 한국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지난달 30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묶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를 넘어 산업통상자원부(조선·해양에너지) 국토교통부(물류) 국방부·해군(안보·자유항행) 교육부(해양인재양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과학) 등에 흩어진 해양정책을 통괄하는 사령탑과 대한민국 신해양전략이 시급하다. 19세기 말 우리 선조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그레이트게임’에 나라를 잃었다.
정연근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