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강매 의혹’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또 무혐의
김기유 진술 번복에도 검찰 “증거 불충분”
태광그룹의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달 이 전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 전 회장에 대해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지 약 3년 8개월 만이다.
김치·와인 강매 의혹은 2014~2016년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티시스·메르뱅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태광 계열사들이 고가에 구매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행위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태광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19개 계열사와 이 전 회장, 김기유 전 태광 경영협의회 의장 등을 고발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2021년 8월 김 전 의장을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나 이 전 회장에 대해선 재무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했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공정위가 검찰 고발과 함께 내린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이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이 전 회장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대법원은 태광그룹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수익 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이유로 이 전 회장이 메르뱅의 와인거래에도 관여했을 여지가 크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 후 재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김 전 의장을 여러 차례 불러 진술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이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의장은 1차 수사 때는 이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고, 김치·와인 강매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지시·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태광 내부 감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김 전 의장 사이가 틀어진 점, 김 전 의장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을 제출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번복된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이 이 전 회장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녹취록이 나오면서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재수사를 종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