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말보다 행동을 눈여겨보자

2025-04-30 13:00:09 게재

영어로 법률을 ‘Act’라고 한다. 요사이 국제 정치에서 최대 논란인 트럼프의 상응관세법을 Reciprocal Tariff Act라고 표기한다. Act는 동사로 쓰이면 ‘특정한 목적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6.3 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한민국은 말과 말이 난무하는 ‘약속의 천국’이다.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종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도 약속이 넘쳐난다.

기자생활을 하며 선거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답해봐야 손해 볼 일이 많아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그렇게 묻는 사람은 건강한 이들이다. ‘묻지마 지지’ ‘묻지마 투표’에 익숙한 이들은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묻는 이들이 간혹 있기는 하다. 아마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묻고 싶은 것일 게다.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궁금해 묻는 이들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말보다 행동을 보자’고. 선거 때마다 몸값이 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미래’다.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참신하고 멋있기도 하다. 다만 경험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그래서 ‘말’이다.

반면 과거는 진부하다. 시대에 뒤처지거나 잘못됐다고 눈총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는 실체를 가지고 있다. 그가 한 행동 속에 그의 과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 그가 하는 말보다 행동을 살펴보자는 말의 본뜻이 여기 있다. 미래는 말로 포장될 수 있지만 과거는 그가 한 행동에 모두 담겨 있다. 미래는 멋있지만 흐릿하고, 과거는 낡아 보이지만 뚜렷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행동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Act에는 ‘연기하다’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연기하는 사람을 배우(Actor, Actress)라고 부른다. 행동으로 속내를 보여준 것 같지만 실제는 ‘연기’하는 사람이 있다. 연기와 구분하는 눈이 필요하다. 숱하게 속았지 않은가.

법이 Act라면, 약속이 실제가 되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수백 수천개의 법이 만들어지지만 말에 그치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인력낭비요, 세금낭비일 뿐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action)에 반응(reaction) 하면 된다. 극히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가 살아온 모습에서 앞으로 살아갈 삶이 보이는 법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명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Action speak louder than words)”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이제형 자치행정팀 기자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