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넘치는 에너지 발산하는 전용공간
노원구 노해체육공원에 ‘엑스게임장’
국가대표급 공인지도사가 강습 맡아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서울에 드물게 볼(bowl)도 있고. 어려운 기술 성공하면 기분 최고예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노해체육공원. 공원 입구를 지나자마자 색채부터 현란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 공릉동에 사는 박 글(태릉초1) 학생이 아빠 박상훈(42)씨와 함께 매일같이 찾는 곳이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이후 스케이트보드에 푹 빠져 있는 글은 움푹한 그릇처럼 푹 파인 ‘볼’ 구간을 특히 좋아한다. 지상에서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꺾인 볼은 언뜻 보면 물빠진 수영장같다. 크기가 다른 볼 두곳을 그야말로 날 듯이 오가는 글을 안전난간 밖에서 지켜보는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진다.

7일 노원구에 따르면 구는 중계동 학원가 인근 노해체육공원에 아동·청소년들이 넘치는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 전용공간을 마련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식 개장했는데 무엇보다 극한스포츠(extreme sport) 경기장인 엑스(X)게임장은 서울 동북권에서는 처음 선을 보였다.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고 연마하는 공간이다.
‘노원 엑스-탑(TOP)’은 시설면에서도 국내 수준급으로 꼽힌다. 당초에는 농구장과 풋살장만 계획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지정해 성인들 출입을 제한했다. 대신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산책길을 체육공원 둘레에 조성했다. 최근 수요층이 느는 극한스포츠 경기장은 주민이 제안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동호인 의견 수렴을 거쳐 전문가에 맡겼더니 파리올림픽 경기장을 시공한 기술자들이 설계를 했다”며 “국내에서 드물게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초보자부터 국가대표급 선수까지 이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비롯해 롤러 프리스타일(Roller freestyle)과 묘기 자전거(BMX), 스턴트 스쿠터를 즐길 수 있다. 스턴트 스쿠터는 킥보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묘기 자전거와 유사한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애물을 설치한 3개 구역에서 자유롭게 즐기는데 지난 3월부터는 강습도 한다. 미취학 어린이들은 발판과 구동장치가 없는 ‘균형 자전거(balance bicycle)’를 배우며 균형감과 소·대근육을 키운다. 강사는 모두 공인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다. 특히 묘기 자전거 강사는 국가대표다.
그만큼 이용자는 물론 보호자들 반응이 좋다. 글이 아빠 박상훈씨는 “그동안 멀리 마포나 경기도 일산까지 다녔는데 집 근처에 최고 시설을 갖춘 곳이 생겼다”며 “동네 공원에서도 아이들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기서는 모두 운동하면서 땀을 흘린다”고 말했다. 상계동 주민 이현희(45)씨도 두 아이와 함께 엑스게임장을 매주 이용한다. 9살 첫째와는 롤러 프리스타일을 배우고 6살 둘째는 균형 자전거를 익히고 있다.
개장 직후부터 지난 3월까지 다녀간 아이들만 1만1000명에 달한다. 구 관계자는 “주중에는 하루 30~50명, 주말에는 70~80명이 찾는데 날씨가 풀리고 입소문이 나면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원구는 상·하반기 극한스포츠 대회 개최와 함께 장기적으로 경기장 확대와 추가 조성도 검토 중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일본만 해도 시내 공원에 경기장이 많아 접근성이 높은데 우리는 올림픽 종목인데도 불구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며 “청소년들이 건강한 신체활동과 역동적인 문화를 만끽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