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새벽 3시의 대통령 후보와 ‘도파민 정치’

2025-05-13 13:00:03 게재

요 며칠 아침마다 눈 뜨기가 겁났다. 정치 뉴스가 밤새 쌓여 있었다.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안이 벙벙하던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12.3비상계엄 때도 그러더니 윤석열 파면 후 정치가 또 국민들 잠을 털어간 셈이다.

이번엔 ‘국민의힘’이 주연인 블랙코미디였다.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 간 단일화 문제로 며칠째 시끄럽더니 급기야 10일 0시에 당 회의가 소집됐다. 회의 결과는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 취소. 새벽 3시에 딱 1시간만 후보등록을 받아 한덕수 후보의 입당 및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당원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고 다시 김문수 후보로 원상복귀됐다. 김 후보는 의원들 앞에 서서 큰절을 올리는가 하면 직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를 비난하던 의원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활짝 웃는 김 후보와 미묘한 표정의 한 후보 간 포옹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SNL 코리아 저리가라 할 블랙코미디였다.

정치에 큰 관심 없던 지인들도 한마디씩 했다. “이건 뭐 다이내믹 코리아도 아니고 도파민 코리아네.” “정치인 싫은 거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진짜 변태들 아닌가 싶더라.” “이랬다 저랬다 난리를 피우길래 정치기사를 오랜만에 읽었다가 바로 후회했다. 그때 느낀 피로감이 가시질 않는다.” 여의도에서 정치인을 돕다 업을 바꾼 한 보좌관 출신은 씁쓸하게 말했다. “내가 청춘을 보낸 곳이 저런 데였구나.”

‘도파민 코리아’라는 말이 귀에 딱 꽂혔다. 쉴 새 없이 막말과 무리수를 자정이 넘도록 쏟아내며 국민의 신경계를 자극하는 정치쇼. 중독성은 있을지언정 전혀 건강하지 않다. 소화불량을 부르는 정크푸드같다. 끝엔 불편감과 허탈감만 남는. 도파민 정치의 끝 또한 무력감과 냉소만 있을 뿐이다.

이 다음은 어떻게 흘러갈까. 어쩌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순일지도 모른다. 못볼 꼴을 보였던 정치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유권자들 앞에 서고, ‘아무리 우리가 못났어도 우리는 같은 편 아니냐,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저쪽 편이 더 못났다’는 진영논리로 무장하고 표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 지지층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투표장에 가고…. 그렇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리셋된 채로 다시 정치판이 굴러가는 걸까.

달라지면 좋겠다. 순간의 흥분만 남기고 아무 변화도 남기지 못하는 정치는 이제 끝나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국민의힘 당원들조차 한밤 후보교체의 블랙코미디에 반기를 들지 않았던가.

꼭 이번 국민의힘 사태가 아니더라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상식의 잣대로 정치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도파민이 아니라 디톡스다. 유해한 정치엔 국민의 상식이라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김형선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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