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부 기준 못지키는 보험사 믿어도 되나
지난해 말부터 보험업계가 뒤숭숭하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바뀐 회계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각종 정책 변화에 대응하면서 매년 해오던 배당을 거르거나 수익이 급감한 보험사들이 속출했다.
배당주로 분류되는 보험주 상당부분이 지난해 말 배당을 하지 못했다. 보험주는 단기투자 보다는 장기투자를 하는 무거운 종목이다. 주식을 짧은 기간 사고 팔면서 이익을 내기보다는 장기간 운용해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이익을 환원해왔다. 하지만 많은 보험사들이 배당을 포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매각을 진행해온 MG손해보험의 경우 가교보험사 설립 및 계약자의 타 보험사로 계약이전, 청산 등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고비를 넘은 것 같지만 제2, 제3의 MG손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다. 모기업인 산업은행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콜옵션을 감독당국이 제지하는 초유의 사태로 주몯받았다.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모기업인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된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일부를 대부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구조조정이 다가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퍼질 만한 상황이다.
업계는 ‘당국의 규제가 보험사들을 너무 옭아맨 결과’라는 이유를 댄다. 실제 당국은 보험사들의 지급준비율을 3분기에 낮추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국의 후퇴는 보험회사들이 주장하는 ‘과도한 규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론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지키느라 배당하지 못했다고, 수익이 하락했다고 항변하는 것은 보험사들의 변명으로밖에 안 보인다. 변경된 회계기준과 지급준비율은 보험사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수치다. 투자자들은 물론 보험가입을 준비(특히 장기보험)하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낸 보험료가 안전하게 운용되는지 여부는 고객이 보험사와 보험상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더구나 이러한 제도 변경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고됐었다.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 등 공식·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사전에 공지해왔다. 당국의 기준이 과도할 수 있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스스로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다.
정부 규제도 지키지 못한다면 계약자들이 보험사들에게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다음 분기에 수익을 더 많이 내고, 다음 회계연도에는 배당을 할 수 있을까.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