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허니문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2025-05-26 13:00:01 게재

통상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는 야당의 공세가 유보되고 언론도 걱정보다는 기대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주권자들도 새 정부와 여당을 기다려준다. 그래서 ‘허니문’ 기간으로 부른다. 그러나 내란시도에 이은 조기대선이라는 점에서 이번엔 ‘비상정부’ 성격이 짙다. 허니문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사전투표 시작 전이지만 시중에선 첫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이 누가 될지를 묻는 이가 많다. 강력한 대통령제 아래서 ‘1번’이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내각과 참모의 대표 얼굴을 통해 정부의 성격과 진로를 가늠하려는 것 아닐까 싶다.

경제불황 속에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하는 정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0.25%)을 기록했는데 2분기라고 나아질까. 이한주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관세전쟁의 후유증이 3~4분기에 집중 반영되고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내년 정부예산안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평시라면 기획재정부 주도로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정부 예산안을 손질하고 있어야 할 시기다. 확장재정을 외치고 기재부 권한 분산을 강조한 민주당 정부가 출범한다면 복잡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총리 등 내각 구성은 어떻게 될까. 누가 집권하든 윤석열정부가 국회와 야당을 전쟁 상대로 간주하고 40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한 인사권으로 실패했던 경험은 잊어서는 안된다.

앞서 2017년 촛불을 들었던 유권자들이 5년 만에, 탄핵대선으로 등장한 민주당 정부를 외면했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남의 눈의 티끌까지 살피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본 채 하다가는 망한다. 정파에 따라 적격·부적격이 달라지면 안된다는 말이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외교전도 시작된다. 6월 중 캐나다 G7 정상회의, 네덜란드 나토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우리 대통령이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월 말에는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9월 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서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다자외교 전장에서 ‘양복 입은 검투사’로서 실력을 검증받게 되는 셈이다.

맹목적 지지와 상대진영에 대한 냉소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민통합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메시지와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정국이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 대화하고 언론과 정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도 수직적 하청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구조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딱, 상대에게 던진 말만큼만 하자. 주권자들이 알아볼 것이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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