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당국 “더 강력한 제재 수단 강구”
대선 후보들 불공정거래 엄단 공약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강화 가능성↑
조사체계 효율화, 조사권한 확대도
6·3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단을 강조하면서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강력한 제재 수단 검토를 벌이고 있다.
2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여러 차례 주가조작 엄단을 언급한 만큼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제시한 ‘가계·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내용 중 ‘먹튀·시세조종 근절로 공정한 시장질서 창출’을 세부사항으로 적시했다.
선거공약서 첫 항목에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실행 과제로 ‘주가지수 5000시대 개막, 코리아프리미엄 실현’을 강조했다. 세부사항으로는 △중장기 산업 경제성장 전략 수립, 글로벌 선진국 지수(MSCI) 편입 추진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주주충실의무 도입과 집중투표제로 소액주주 보호 강화 등이 포함됐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충남 당진시 당진전통시장 유세 현장에서 “주식시장에 빠삭한 이재명이 이기면 당연히 상법 개정하고 주가조작하는 걸 완전히 거지 만들 정도로 혼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으로 제시한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언급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고 보다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시장 감시와 조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내세운 것을 보면 불공정거래 제재와 조사 기능 강화다. 오랫동안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는 형사처벌에 맞춰져 있었다. 2018년 징역 10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유기징역 1년 이상으로 상향했고,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불공정거래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어렵고 조사·수사·재판까지 오래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신속한 부당이득 환수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와 정부는 행정 조치를 통해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1월 19일 이후 발생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당이득액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벌여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한 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검찰과 협의된 경우 또는 1년이 경과된 경우에는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기 전이라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검찰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실제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속한 금전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라는 입법 취지에 맞도록, 검찰과 협의 또는 검찰의 수사결과 통보 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천문학적인 제재금 부과를 통해 불공정거래사범을 엄단하고 있다. 지난해 82억달러(11조원)에 달하는 민사제재금을 부과했다.
SEC는 행정절차를 통해 증권범죄로 취득한 부당이득 전부를 회수할 수 있고, 부당이득과 별개로 위반자에게 금전적 제재인 민사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피해자 구제기금, 사과광고, 사내 준법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형벌로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한 만큼, 행정 제재 강화를 통한 막대한 과징금 부과가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완전히 거지 만들 정도로 혼낼 것”이라고 말한 취지 역시 금전적 제재와 연결된다.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체계와 조사 권한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자문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거치고 증선위에서 의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중복 심의라는 지적이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조사기구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눠져 있고, 조사기구와 별개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있다.
조사주체의 권한도 제각각이어서 어디서 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위 조사공무원은 압수수색권한이 있지만 금감원 직원은 없다. 특별사법경찰은 출국금지요청권과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신청권(자산동결)이 있지만 금융위·금감원 직원들은 없다.
미국 SEC 직원들은 출국금지요청권만 없을 뿐, 관계자·당사자 신문권과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과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신청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불공정거래규제 관련 주요 제도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금감원과 금융위에서 각각 불공정거래의 조사를 담당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특히 여러 개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사건의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혐의의 중요도에 따라 각각 조사하게 될 경우 중복조사로 시간만 지연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형사사법기구인 검찰에 비해 행정기구의 조사권한이 적은 것은 당연하나, 우리나라의 금감원, 금융위의 조사권한을 미국의 SEC나 일본의 금융청에 비교할 때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