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건설사 부채 불감증, 입찰제한 필요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 진행하던 재개발재건축사업까지 계약해지 압박을 받았다. 주택사업분야 최강자 현산의 위기가 시작되는 듯 했다.
1년 후 건설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맞았다. 약 2년간 부실PF로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고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종합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행 열차를 탔다. 올 1분기 부도로 폐업한 건설회사가 160개에 달한다.
HDC현산이 망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부채비율을 줄이며 실적 기대감을 높였다. 너도나도 PF사업에 뛰어들던 시기, 수주가 없었던 것이 기회였을까. 현산은 매출이 줄었지만 2023년 부채비율도 130%대까지 줄었다. 이것이 현산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뒷받침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 29.8% 성장했다.
현산의 사례에서 보듯 건설업계가 회생하는 길은 부채를 줄이는 데 있다. 건설사 부채비율이 100%대면 안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100%대도 불안하다.
2000년대 초반 현산의 업계 순위는 4~5위까지 올랐다. 당시 현산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부채비율이다. 1990년대 후반 구제금융(IMF외환위기)으로 건설사가 무너지면서 금융과 개발사가 동반 추락하자 정부가 건설사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관리했던 것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은행돈을 끌어들여 주택을 건설하고 이를 매각해 이익을 보려는 단순한 개발형태에서 비롯됐다. 건설사들이 이에 동조해 수차례 연대보증을 제공한 것이 우발부채를 키웠다. 이것이 부실PF의 본질이다.
지난해 3분기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3개 건설사 중 11개 업체가 부채비율 20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23개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한 업체도 3곳에 달했다. 이제 좀더 강력한 부채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강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신용평가등급과 재무제표상 부채비율 등을 근거로 입찰 자격을 구분한다. 2025년 건설업 입찰참여 적격심사 기준을 보면 종합건설사의 경우 부채비율 104%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으로는 국내 주요건설사 어디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입찰기준에는 부채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신용평가등급으로 적격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들이 특별히 부채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면허증이 돼 버렸다. 이런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