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력 그냥 안 둔다” LA 시위에 주방위군 투입

2025-06-09 13:00:13 게재

33년 만에 대통령 연방명령으로 병력동원

민주당 주지사들 “명백한 권력남용” 반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거진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군 개입 사태로 비화하면서 미국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LA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명령했고, 이 가운데 300명은 이미 도심 주요지역에 배치됐다. 이번 조치는 1992년 LA 폭동 이후 33년 만에 대통령 연방명령으로 병력이 동원된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LA는 지금 불법 이민자들에 의한 침공 상태”라며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는 “폭력과 반란을 일삼는 무리가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기 위해 연방 요원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병력 동원은 내란법(Insurrection Act)을 직접 발동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법전 제10권 제12406조를 근거로 국방부 장관에게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지휘권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소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 주방위군을 대통령이 직접 통제한 사례는 1965년 린든 B. 존슨 당시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CNN과 AP통신은 이번 조치를 두고 “헌정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질서를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만들어 통제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시민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절대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지사 22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명백한 권력 남용이며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라고 규탄했다.

시민사회와 이민자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히스패닉계 라틴아메리카시민연합은 “이번 조치는 상황을 고의적으로 격화시키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정”이라며 “군 동원은 불안을 부추길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단체를 비롯한 수십 개 시민단체는 같은 날 오후 LA 시청 앞에서 대규모 연대시위를 준비 중이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발단은 6일 벌어진 대대적인 단속이었다.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은 LA 다운타운의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매장을 전격 급습해 이곳에서 일하던 불법 체류 이민자 44명을 체포했다. 해당 조치는 히스패닉계 이주민들이 밀집 거주하는 패러마운트 지역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고, 이후 사흘 연속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흥분한 시위대와 당국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투입된 주방위군은 시위상황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병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전 수칙이나 병력의 활동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병력에 대한 작전지침이 공개되지 않아 시민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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