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 대한민국이 돌아왔다

2025-06-16 13:00:01 게재

취임 12일 만에 첫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순방을 떠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순방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 인선이 대통령 출국 전날 마무리됐으니 준비가 얼마나 촉박했을지 짐작이 된다. 애초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참석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번 순방을 계기로 새 정부와의 ‘허니문(밀월)’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외교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 초보적인 실수라도 할 경우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사소한 장면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비판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G7 참석을 결정하게 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G7 정상회의는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중심 무대다. 이 자리에 한국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순방의 의미를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Democratic Korea is back)”는 말로 압축했다. 이번 G7 참석은 단순한 외교 방문을 넘어 혼란과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복귀 선언’이라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지난 겨울 대한민국은 휘청였다.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K콘텐츠의 전세계적 성공으로 자부심이 고조된 바로 그 시점, 난데없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충격과 혼란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세계는 우리를 주시했을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과연 자력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퍼졌을 것이다. 우리는 그 의문에 시민의 힘으로 답했다. 혹한의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응원봉을 들고 목소리를 낸 이들과 투표소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 유권자들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 손으로 지켜냈노라’고 온몸으로 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여러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순방을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위기는 언제나 서사의 전환점이 된다. 영웅의 서사는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완성된다. 영웅의 이야기도, 국가의 역사도, 고비를 넘기며 완성된다.

‘우리가 돌아왔다’는 이 말은 이 대통령만의 메시지가 아니라 대한국민 모두의 선언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번 G7 순방은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 서사의 또다른 명장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순방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 모두의 서사가 전세계에 울려 퍼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선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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