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노란봉투법을 사회적 대화 1호 의제로
소년공 출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각계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대통령 앞에는 숱한 전환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노동개혁도 그 중 하나다.
전환기적 복합위기에는 새로운 노동질서를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그동안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 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노동시장 개혁의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노사갈등이 첨예한 만큼 사회적 대화는 필수다. 의회의 강한 뒷받침이 있다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개혁을 성공하기 어렵다.
노사관계를 법치주의라는 틀로 한정해 노정관계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적 대화마저도 단절하게 만든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되는 공정한 사회’를 목표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 제정, 근로시간 단축, 단계적 정년연장, 일하는 사람보호 입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만 존중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너무 서둘러서도 안된다. 선거과정에서 내놓은 설익은 정책을 그냥 제도화하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
사용자와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두차례나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거부권 행사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쪽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사내하청·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사업장 중심의 전통적인 사용자 범위로는 담을 수 없는 변화된 노동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진짜 사장’이 소환된 배경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반대한다. 원청기업의 한 인사는 노란봉투법으로 교섭요구가 들어오면 우선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법원에 달려갈 거고 다음엔 “도급계약을 다 해지하겠다”고 했다. 또한 “필요하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도 했다.
노동전문가들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업별 교섭체계에서나 가능한 얘기를 현재의 기업별 교섭체계에서, 그것도 세밀한 검토 없이 법제화하면 엄청난 후유증과 반발로 사실상 연착륙이 힘들 거라는 우려다. 어떤 입법이든지 충분한 대화와 준비기간이 있어야 현장의 충격을 줄이면서 경제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노사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 제1호 의제로 노란봉투법을 논의하면 어떨까. 그것도 내년 초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
한남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