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TK의 고립과 위기, 누구 탓?

2025-06-18 13:00:01 게재

‘대구경북(TK)’는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에게 단 한번도 마음을 열어 준 적이 없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TK는 줄곧 보수정당 후보에게만 몰표를 밀어줬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보수후보 지지와 동의어였다.

이번 6.3대선에서도 대구와 경북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67.62%와 66.87%의 표를 몰아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3.22%, 25.52%를 얻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고향 안동을 내세우며 ‘30%대 지지’를 호소했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TK에서 80% 이상을 득표했다. 5.16과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와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5명이 TK다. 유일한 예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으나 그도 75.14%(대구)와 72.76%(경북)의 지지율을 받았다.

그런데 TK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에게 유종의 미는 없었다.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거나 예외없이 줄줄이 감방신세를 졌다. 윤 전 대통령도 내란사태로 감옥 문 앞에 서 있다.

그런데 절대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TK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신공항사업도 안개속이다. 희망고문만 당하고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21대 대선 후 TK는 더 고립돼 ‘폭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 TK 유권자들은 공천을 받지 못해 방황하던 무소속의 홍준표 전 의원을 당선시켰고, 의원직을 중도사퇴하고 20대 대선에 도전했다 떨어져 하방했던 그를 다시 시장으로 뽑아줬다. 그러나 시장직을 그만두고 21대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홍 전 시장은 ‘서울시민’으로 돌아갔다. 240만 시민을 태운 ‘대구호’는 졸지에 선장없이 표류하게 됐다.

산불 수습 와중에 대선에 도전했던 이철우 경북지사도 최근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정상업무 수행이 어렵다. 이뿐만 아니다. 경북도의회 의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북도교육감도 지난 1월 뇌물 수수혐의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선고를 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주권자인 TK유권자의 무조건적 지지로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에 올랐지만 제대로 보답을 한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TK정치권을 보면 지역의 내일도 보이지 않는다. 홍 전 시장의 말처럼 ‘빙하시대(Ice age)’를 맞고 있지만 지역과 지역민을 챙기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보수 일색의 지역정치권에 가죽을 벗겨내고 새롭게 거듭나는 혁신을 요구해보지만 그들은 모르쇠다. 또 공천줄에 목을 매며 새로운 줄서기에 나설 게 뻔하다.

TK의 고립과 위기를 일편단심 한쪽으로 편들었던 TK유권자가 자초한 결과로만 돌릴 것인가.

최세호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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