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엄살부터 떨고 보는 K-대형마트

2025-06-19 13:00:11 게재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매출이 크게 떨어질 텐데….” 대형마트 한 고위관계자 말이다. 말끝은 흐렸지만 ‘그렇게 하지 마라’는 속마음이 읽힌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토록 법(유통산업발전법)을 고치겠다는 여당에 대한 소극적인 ‘반발’인 셈이다.

실제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로 야당(국민의힘)쪽 인사들이 반대하는 말을 쏟아냈고 일부 언론이 여과없이 그대로 옮겼다. 이들은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생활편익과 지자체 자율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오히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급기야 10일엔 새정부 들어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주가가 8~9% 빠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논란은 커졌고 반대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논란이란 표현을 썼지만 대형마트 입장을 주로 반영한 결과였다.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일 변경만으로 연간 수백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정치권과 학계 입을 빌려 돌려서 불만을 토로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새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마찬가지다. 망하기라도 하듯 엄살부터 떨고 본다. ‘상생’을 외치지만 뒤에선 ‘나만 살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시장상인과 소상공인은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추진 소식에 반색한다. 이제서야 제대로된 상생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대형마트 노동자들 역시 제대로 쉴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중요한 건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으로 대형마트들이 입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미 상당수(이마트의 경우 90개) 점포들이 주말에 휴업을 하고 있었고 평일 휴일 점포 대부분이 비수도권 점포인 탓이다. 주말 소비자 쇼핑행태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그렇다.

한화투자증권은 “평일 의무휴업 점포가 모두 일요일에 쉴 경우라도 대형마트들 영업이익 감소폭은 100억원대 안팎”이라며 “주말 영업 축소에 따른 인건비 감소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홈플러스 폐점에 따른 낙수효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매출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추진 소식만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었지만 대형마트들에게도 “엄살 떨 일은 아니다”라고 돌려 표현한 셈이다.

대형마트라는 이름에 맞게 ‘대범’해질 순 없을까. 엄살 없는 진짜 상생,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쉽지 않은가.

고병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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