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초유의 콜마사태 ‘주주중심’에 답 있다
최근 유통가에 가장 뜨거운 화제는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아버지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30일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장남인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을 다시 내놓으라며 주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재계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소송은 초유의 사태라고 보고 있다.
윤 회장이 주식반환의 근거로 제기한 것이 7년 전 맺은 합의서다. 2018년 윤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인 윤상현 부회장에게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화장품 제약)를, 딸 윤여원 대표에게 콜마홀딩스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건강기능식품) 경영을 맡기는 3자간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윤 회장은 윤상현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를 증여했다.
하지만 콜마홀딩스 경영을 맡고 있는 윤상현 부회장은 동생 윤여원 대표가 맡고 있는 콜마비앤에이치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칼을 빼 들었다. 여기에 올해 행동주의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콜마홀딩스 주식을 매입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달튼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며 강하게 콜마비앤에이치 실적개선을 요구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다. 2020년 109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6억원으로 77.5% 감소했다. 윤상현 부회장은 소액주주 불만과 달튼의 문제제기를 이유로 콜마비앤에이치에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윤여원 대표는 “자회사 독립경영을 침해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윤 회장은 지난달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화장품과 제약은 윤 부회장, 건강기능식품은 윤 대표가 맡기로 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딸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윤 회장의 결정이 기업을 시장경제 틀 안에서 보지 않고 개인 사유물로 인식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의 경영권 분쟁개입은 주주들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 경영권을 두고 가정사를 개입시키는 건 자본시장 건전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콜마홀딩스는 3430만주가 발행돼 있는 상장회사다. 수십만명의 주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 윤 회장의 선택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주주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윤 부회장으로서는 주주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콜마사태를 주주중심으로 풀어간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윤 회장은 본인이 운영했던 과거 기업경영과 현재 달라진 기업 환경에 대해 알고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궁금해진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