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젊은층은 왜 생명보험을 외면하는가

2025-06-25 13:00:07 게재

2007년. 우석훈 교수와 박권일 전 기자가 함께 쓴 ‘88만원 세대’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비정규직 청년세대의 고통을 다룬 이 책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한 연구위원의 88만원 세대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 연구위원은 88만원 세대를 ‘3무(三無) 세대’라고 규정했다. 집과 자차, 주택청약통장이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당시에도 집은 정규직에게도 넘어서기 힘든 벽이었다. 자동차는 차이가 있었지만 고교·대학 졸업자들에게 필수라는 주택청약통장이 없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단순히 벌이가 적어 주택청약통장을 가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오해였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비정규직 청년들은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회사에서 잘리면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짧으면 1주일, 길게는 서너달 수입이 없었다. 모아둔 돈은 생활비로 깨졌다. 벌이가 적어 주택 마련 꿈을 접은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1만원도 장기저축을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88만원 세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그때 주택청약통장과 비슷한 것이 바로 ‘생명보험’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20~24세 남성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49.2%에 불과하다. 55~59세 여성 가입률 96.2%와 비교하면 46.0%p나 차이가 난다. 20~30대의 생명보험이 과거 부모에 의해 가입된 상품이 대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본인 의지로 가입한 비율은 더 낮다.

생명보험은 본인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고 등이 발생할 때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상품이다. 요즘 청년세대 중 상당수가 결혼을 하지 않으니 생명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현실은 경제적 상황이다. 20년 전 88만원 세대가 청약저축통장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청년들에게는 종자돈이라는 게 없다. 오히려 학자금 대출과 같은 빚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한다. 지금도 청년들은 장기투자를 할 수 없다. ‘워라벨’ ‘소확행’이라는 신풍속은 고생해서 눈곱만큼 돈을 모을 바에 현재를 즐기자는 풍토로 보는 게 맞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중에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저출산으로 생명보험 수요도 줄었지만 이들은 더 가난해졌다. 공적부조가 약화된 사이 청년층의 사적부조 외면은 어떤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지 모른다.

생명보험에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고 경제적 상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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