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산업과 에너지 ‘헤어질 결심’만 남았나

2025-07-03 13:00:04 게재

이재명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 초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실과 협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다.

신설될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해온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가 담당해온 ‘기후 업무’의 균형과 융합이 핵심과제로 꼽힌다. 두 부처가 추진해온 정책방향과 기능이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하는 형태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산업만 홀로 남는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이고 산업부장관 후보자는 관료출신의 기업인”이라며 “앞으로 산업부장관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관 인선만 봐도 기후에너지부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예상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에너지가 없는 현실은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도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에너지가 생존 조건인 시대다. 에너지는 기업과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기도 하다.

사용 에너지의 약 94%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성 있는 에너지를 토대로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맨땅에서 원전산업을 일으키고 가스산업의 기반을 닦았다. 이를 통해 국민 삶의 질도 개선됐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소비가 경제성장을 추종(Coupling)하는 흐름을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소비가 감소하는 미국 독일 일본의 탈동조화(Decoupling) 구조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성장이라는 3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 실용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면서 경제적이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산업전반의 경쟁력 향상 및 신성장동력 육성으로 이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과 에너지의 결별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의 당위성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패러다임은 오히려 산업과 에너지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체가 수소산업에 진출하고, 화석연료를 주로 쓰는 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은 산업과 연계해야만 그 효과가 배가되고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 산업과 에너지가 ‘헤어질 결심’을 하기엔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논리가 바뀌고 정부조직이 개편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에너지 부문이 그렇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실제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고민하고 그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재호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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