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한민국 반도체 재도약 실기 말아야

2025-07-10 13:00:00 게재

8일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 전체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 부문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수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이상 기록할 전망이다. 불과 2년전인 2023년 상반기 SK하이닉스는 3조원 내외 분기별 손실을 기록했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중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뒤 2위와 큰 차이를 둔 1위를 지켜왔다. 삼성전자 지위는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날갯짓에 두 회사 지위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삼성전자가 모바일시대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취해 AI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은 분명하다. 한번의 실기에 수십년 쌓아온 철옹성이 무너진 것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 지형도는 시시각각 변한다. 최근 특징은 개별 기업간 경쟁에서 국가간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책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기업을 대놓고 지원한다.

이 때문에 경쟁국 기업들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다. 중국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는 디램(DRAM) 영역에서,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NAND)플래시메모리에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를 것이라는 전제하에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거대한 반도체 수요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 개선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기술 수준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최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들에게 당해 연구개발 비용 100%를 즉시 비용처리 해주는 조항을 포함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은 법(OBBBA)’을 통과시켰다. 인텔이나 마이크론 등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쓰는 자국 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경쟁국들과 비교해 내용과 속도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반도체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비용 대비 정부 지원 비율은 우리나라가 5.25%로 미국(27.5%) 일본(54.0%) EU(30.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해부터 논의중인 반도체특별법은 아직도 국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국가 존망을 걸고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과 산업 종사자들 노력에 기대 간신히 붙잡고 있는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정책 실기로 놓쳐서는 안된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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