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빈도 ‘괴물폭우’에 사망·실종 6명
이재민 5000명, 침수·유실 500건
19일까지 호우예보, 긴장감 고조
16~17일 이틀 동안 충남에 최대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산·당진 등에서는 하루 강수량이 200년 빈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광주에서는 17일 하루 동안 426.4㎜의 비가 내렸는데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기록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괴물폭우에 결국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침수와 산사태 위험을 피해 대피한 주민 5000여명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18일 오전 6시 기준 사망 5명, 실종 1명이다. 이날 오전 6시쯤 대전 대덕구 한 세월교 밑에서 숨져있는 50대 남성이 발견됐다. 17일 오후 10시 18분쯤에는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로써 인명피해는 6명으로 늘었다.
앞서 17일 충남 서산에서 60대 남성이 차량침수로, 8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충남 당진에서는 80대 남성이 침수된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6일 경기 오산에서는 옹벽붕괴 사고로 4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수천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중대본이 집계한 18일 오전 5시 기준 이재민은 3413세대 5192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임시주거시설 등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밖에도 17일 광주지하철 1호선 상무역이 침수되는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8일 오전 6시 집계 기준 도로 침수 328건, 토사 유실 32건, 제방 유실 30건, 도로싱크홀 3건, 옹벽붕괴 1건, 하천범람 2건 등이 접수됐다.
철도 운행중지 구간도 7곳으로 늘어났다. 경전선(동대구~진주) 호남선(익산~목포) 전라선(남원~여수엑스포) 구간에서 한때 KTX 운행이 중단됐다.
충남에서는 667개 학교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17일 482개교가 휴교했고 132개교는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51개교는 집중호우에 아침 등교시간을 늦췄고, 2개교는 이날 하루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17일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최고 대응단계인 중대본 3단계를 가동하고 위기경보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중대본 3단계 가동은 2023년 호우 이후 2년 만이다.
비 피해가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18일로 예정됐던 부산 타운홀미팅을 취소하고 폭우 상황 긴급점검에 나섰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를 찾아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오산·아산·당진 등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침수 피해를 보고받은 뒤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점검해 관리 미흡으로 인한 인재가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18일 기상청은 19일까지 이틀 동안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은 100~200㎜, 충청권과 전북 대구·경북은 50~150㎜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는 20일 아침까지도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역에 따라 강수 강도와 강수량의 차이가 크고 강약을 반복하며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초속 15m 안팎의 강풍도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김신일·김형선·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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