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 대통령은 어떤 마일리지를 쌓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여 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행보는 ‘정상화’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계엄 시도와 권력이 틀어막고 있던 채 해병 사망사건, 김 여사 의혹 등의 진실을 찾기 위한 3대 특검법은 ‘과거’ 정상화의 출발이었다. 취임 첫날부터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국정을 살핀 모습은 계엄 이후 6개월 간의 국정 공백을 신속히 메우기 위한 ‘현재’ 정상화의 행보였다고 본다.
이같은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들의 마음에 새겨지며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른바 민심 마일리지다. 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 49.42%를 넘어서 60%대를 기록중이다. 조금씩 플러스 마일리지를 적립한 결과다.
이번 초대 내각 인선을 둘러싼 결정은 이 대통령에게 어떤 마일리지로 쌓일까. ‘갑질 의혹’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고심하던 이 대통령은 ‘이진숙 후보자 지명철회’라는 결정을 내렸다. 여권 내 대체적 기류가 낙마없는 전원 임명 강행 우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명이라도 전격 낙마시켰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평가를 해줄 만하다.
그러나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나오지 않은 점은 의외다. 20일 이 대통령의 결정을 전한 우상호 정무수석은 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양한 여러 의견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여러가지를 종합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우 수석 말대로 이번엔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신다”고 해도 그걸로 끝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씩 식기 시작할 수 있다. 민심의 마이너스 마일리지다. 처음엔 0.1도 정도의 냉기, 무게로 치면 깃털 하나만큼일지 몰라도 중요한 건 쌓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쌓인 냉기가 어느 순간 ‘쩡’ 하고 얼음이 되고, ‘쿵’ 하고 무너지는 지점을 만든다. 그것이 민심의 무서움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고스란히 본인의 마일리지로 돌아올 것이다. 표절은 안되지만 갑질은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 외의 정보를 파악해 강 후보자의 의혹이 어느 정도 해명됐다고 봤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이번 선택을 대통령의 눈높이로 볼 것이고, 권력의 파초선을 쥐여줄 수 있는 기준으로 인식하리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할 때 출발할 때보다 마무리할 때 지지율이 더 높았다고 회고하곤 했다. 이번에도 플러스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확신했을지 궁금하다.
김형선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