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용인경전철, 국가 책임은 없나
대법원이 지난 16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제기된 지 12년 만이다. 대법원은 부풀려진 수요 예측에 근거해 추진된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낭비된 세금 중 214억6000만원을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장의 무책임한 혈세낭비성 사업에 사법부가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용인경전철 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경전철 민자사업이 추진된 타 지자체로 주민소송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인천월미바다열차(옛 월미은하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용인경전철을 비롯한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지정·고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정부 민간투자지원센터에서 사업 타당성을 인증받았고 2004년 기획재정부장관이 위원장인 중앙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추진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당시 국토해양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었고 민간투자지원센터는 기재부 산하 국토연구원 소속으로 민자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었다. 결국 용인경전철 사업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사업추진 단계마다 관련 중앙부처 심의·의결, 사업승인을 얻어 추진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용인시의회는 2012년 12월 용인경전철사업에 대한 국가책임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여야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냈다. 같은 해 김민기 이우현 한선교 등 용인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지자체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는 외국 경전철 모델이 무분별하게 국내시장에 진입하도록 방치했다. 2000년대 초중반 경전철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2010년을 전후해 무려 지자체 18곳에서 경전철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었다. 지자체마다 차량시스템도 제각각이었다. 용인경전철은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LIM, 의정부경전철은 독일 지멘스사의 고무차륜AGT, 대구3호선은 모노레일 등이었다.
동일한 시스템이라도 국가 또는 제작사별로 부품과 안전·건설기준 등이 달라 호환도 안된다. 지자체들은 경전철 운영경험은 물론 시스템별 공사비 운영비 등을 산정할 객관적 기준과 정보가 없다 보니 사업제안자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자국산업 보호대책과 사양표준화 등에 나서야 국부유출과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은 무시됐다. 그 후과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지자체보다 국가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