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 징벌적 배상 검토”
이 대통령, 산재예방 강력 지시
중처법에도 1분기 137명 사망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산재) 예방을 강조하는 가운데 산재 사망사고, 특히 예방 가능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별개로 회사에 징벌 수준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37명이다. 문제는 안전장치와 수칙 준수 등으로 예방할 수 있는 △떨어짐(62명) △끼임(11명) △부딪힘(11명) 등 후진국형 산재 사망 사고가 많다는 사실이다.
노동계는 지난 5월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고를 대표적인 후진국형 산재로 꼽는다. 기계고장으로 사람이 직접 기계 안쪽으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28일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특히 60대 노동자가 지반을 뚫는 천공기에 끼여 목숨을 잃은 이 사고는 고용부 감독이 실시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는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등으로 올해만 4명이 사망했다.
이런 추세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산업현장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 수는 4223명이다. 이중 예방 가능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2687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 대해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는)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같은 방식으로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대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경제적 제재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형사 처벌은 사망사고를 막을 결정적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같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건 고의에 가깝고, 이럴 경우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기업 생산현장 방문으로 지난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장세풍·한남진·김성배·김형선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