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세냐, 주가냐…여권 세제개편 충돌

2025-08-04 13:00:31 게재

배당소득·양도소득 과세 놓고 논쟁 가열

여 지지층, ‘대통령 공약 달성’ 관심 집중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앞서 겪었던 공정과세 논쟁에 다시 빠져들었다.

이재명정부와 원내지도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겠다는 원칙과 함께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스피 5000’을 위해 사실상 부자감세 해당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세제개편안에 넣기로 합의하고 발표했다.

한쪽으로는 부자감세를 회복시키는 증세를 단행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고려한 감세를 추진하는 ‘이중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과세’ 기조에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정책목표가 끼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정책 충돌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일부 민주당 의원과 여당 지지층, 주식투자자 등이 세제개편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코스피 5000’을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재검토를 시사했다.

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이 5일째인 이날 오전 9시 현재 12만명에 육박했다. 청원자 박 모씨는 ‘종목당 50억원 이상’에 물렸던 양도소득세 과세를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원상회복하려는 세제개편안에 “그만큼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100억 들고 있는 사람이 돈 많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세를 내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이면서 조세정상화TF에 참여하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위도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정부 안은 국회의 세법 개정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제개편이 코스피 5000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정과세와 세제 원상회복을 주장해온 오 의원도 ‘코스피 5000’ 공약과의 조화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양도소득세 과세를 위한 대주주 기준을 ‘한 종목에 5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에서 ‘1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로 하향조정해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를 원상태로 되돌리고 세수를 확대하려는 방안과 배당소득을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따로 떼어내 세율을 낮춰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이다.

이소영 의원 등 10명 안팎의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당정협의로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대해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양도소득세 과세기준 환원이 규제강화로 보고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되는 주식 10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과연 상식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적용시점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진성준 민주당 전 정책위 의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초부자감세’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진 전 의장은 “대주주 과세기준은 2000년 100억원,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낮춰왔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이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던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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