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차세대전력망,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
전남 4~5곳 지정, 사업주체는 민간 … 산업단지 대학 군부대 도서 등 대상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핵심 공약인 ‘차세대전력망’ 구축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차세대전력망 추진단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유관기관-업계-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협력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추진단장을 맡은 이호현(사진) 산업부 2차관은 10일 “지금은 전자생존(電者生存), 즉 전기가 생존 조건인 시대”라며 “더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전력망이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산에너지를 AI 기술로 제어해 전력의 생산-소비-저장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 내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수급안정을 실현해 전력계통 안정화와 송전선로 건설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기존 전력망과의 차이는
현재 전력망은 송전망에 연결된 대형발전기 전력이 전국 수요처로 전송되는 발전→송전→배전의 ‘단방향’ 계통이다. 반면 차세대전력망은 배전망에 주로 연결된 재생에너지 전력이 배전망을 타고 수요처로 보내지고, 남는 전기는 송전망으로 다시 전송되는 ‘양방향’ 계통이다. 장거리 송전망 시설 건립과정에서 주민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AI기술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수요를 예측한다. 망에 여유가 있을 때는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낮추고, 전력망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사업주체는 누구인가.
전력구매계약(PPA) 특례조항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나 전력수요관리(DR) 사업자 등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지역의 전력생산이 부족한 경우 인근 지역에서 한국전력에 배전망 요금을 지급하고 (전력을)끌어다 쓸 수 있다.
●우선 전남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나.
전남은 망 부족 등 계통한계로 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하지만 태양광·해상풍력 등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기공기업과 한국에너지공대 등이 밀집해 있어 여건이 좋다. 내년 상반기 중 전남지역에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대상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산업단지나 대학캠퍼스 영농형마을 공항 항만 군부대 도서(섬) 같은 곳 중에서 4~5곳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특화지역에는 전기사업법과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특례를 과감히 적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ESS 활성화가 선결과제인 것 같다.
재생에너지를 주로 활용한 분산형 전력명이니 ESS 보급은 절대과제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보급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은 세계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격, 기술력, 안전성이 많이 개선됐다. 아울러 마이크로그리드 플랫폼, VPP 등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로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겠다.
●에너지고속도로와의 관계는
우리의 신체와 비교하자면 에너지고속도로는 동맥, 차세대전력망은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겠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 다소비지역인 수도권 등으로 송전하는 계통이 에너지고속도로이고,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계통이 차세대전력망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하나만 선택해 추진할 상황이 아니므로 두가지 같이 추진하는 ‘하이브리드형’ 전략으로 가야 한다. 다만 차세대전력망을 지역별로 활성화하면 대규모 송전망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지역간 격차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