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80년 전 그날과 오늘을 잇다

2025-08-20 13:00:03 게재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 한해 전국 곳곳에서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80년 전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고 있다. 여느 해처럼 보훈단체가 주관하는 기념행사 외에도 지역과 연고가 있는 독립운동가를 다양한 형태로 주민들과 공유하는 곳이 여럿이다.

서울 성북구가 그중 한곳이다. 성북구는 특히 한성대학교 회화과와 손잡고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사망했거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80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광복 80년, 성북의 독립운동가 80인의 얼굴을 그리다’ 특별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이다.

은평구도 지역과 인연이 있는 독립유공자 40명 공적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사리와 진관내리 등 3.1운동 시위에 참여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김명순 김점성 문도치 등이다. 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은평구의 독립유공자 40인’을 주제로 이들을 알리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누리소통망에 공유할 방침이다.

다음달 14일까지는 지역 내 공동주택 승강기에서 인공지능으로 되살린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다. 일장기에 덧그린 ‘진관사 태극기’ 주인공으로 알려진 백초월 스님을 비롯해 임시정부 가족들 귀국을 도왔던 윤기섭,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지사다.

영등포구는 앞서 지난 10일 ‘그 날, 영등포구 청년들의 이야기’ 영상을 누리소통망에 공개했다. 지역 인구 40% 이상이 일본인일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던 당시 상황을 비롯해 1919년 영등포리 당산리 양화리 양평리 독립만세운동 등이 담겼다. 구는 동시에 후손들에게도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이 스러진 별들’을 소개했다.

그 ‘이름 없는 별’은 바로 우리 이웃이다. 서울 자치구가 주민들과 공유한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안중근 한용운 등 누구나 알 만한 이들도 있지만 낯선 이름들이 더 많다. ‘대한독립만세’ 낙서로 수감된 손용우, 콩나물 생산업에 종사했던 강천룡, 광주학생운동 동조 시위에 참가했던 이효정, 삼산학교 교사였던 서광훈 등이 그들이다. 동네 차원에서 독립유공자 발굴을 이어온 결실이다. 성북문화원만 해도 유관순 열사 오빠 부부인 유우석·조화석이 광복 이후 정릉동에 살았음을 확인하고 그 보금자리가 재개발로 사라지기 직전 사진을 남겼다.

‘내 이웃 독립운동가’는 80년 전 과거를 현재와 잇는 가교가 된다. 성북구 초상화 작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지금으로 치면 청춘을 즐겼을 나이인데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독립운동이었다”거나 “앞으로 80년은 기억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8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름 없는 별’이 더 많다. 그 별들을 청년과 미래세대의 이웃으로 돌려주는 작업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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