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공조설비로 공기질개선에 에너지절약까지

2025-08-25 13:00:01 게재

코로나19 등으로 관심 커

생활습관 등에 맞춰 설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물 내 환기공조설비(HVAC)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실내공기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고성능 환기공조설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에너지 소비 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기공조설비 성능이 발달하고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기공조설비는 난방 환기 냉방 등을 통합해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하는 장비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25일 대한전기학회지의 논문 ‘다중 구역 건물 HVAC 시스템의 열 및 에너지 관리를 위한 데이터기반 분산형 LQ 최적제어’에 따르면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환기공조설비에 활용되며, 미국 그리고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그 비율이 매년 0.5~5%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건물 사용 인원에 따른 재실 부하가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업무용 건물처럼 재실 일정이 일정한 곳에서는 그 영향이 더욱 크다. 실내공기질 유지에서 중요한 것은 한정된 공간 내 인원수와 시간대인데, 이는 곧 에너지 소비량과 직결되는 문제다.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환기공조설비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물론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입자들(5㎛ 이하)이다.

국제감염병학회의 ‘국제감염병저널’의 논문 ‘서울 아파트 내 집단감염과 관련된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 2020(Possible aerosol transmission of COVID-19 associated with an outbreak in an apartment in Seoul, South Korea, 2020)’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서로 접촉 이력이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층은 다르지만 수직적으로 같은 라인에서 발병한 사례(총 7가구, 10건)가 나왔다. 감염 원인으로 건물의 수직선을 따라 통로를 연결하는 구조인 바닥 배수관 또는 공기 덕트를 통한 에어로졸 전파가 지목됐다. 환자 중 2명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 아파트는 1980년대 지어진 건축물로 욕실에 역류 댐퍼가 있는 배기 팬 설치 의무가 없다. 따라서 환기공조설비는 물론 공기 덕트에서 실내로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물리적인 차단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건물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로 인한 실내외 공기밀도 차이를 일으키기 쉽고, 이는 에어로졸의 스택효과(실내외 공기밀도 차이로 인한 수직이동)를 일으키기 용이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전통적인 감염 관리 방법인 환기가 실내공기질 개선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 중 전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러스 농도를 환기를 통해 희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거주자가 흡입하는 양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환기는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호기(내쉬는 숨) 공기를 없앨 때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학술지 ‘어드밴시즈 인 어플라이드 에너지’의 논문 ‘COVID-19가 HVAC 시스템 운전과 에너지 소비에 미친 영향(COVID-19 impact on operation and energy consumption of heating, ventilation and air-conditioning (HVAC) systems)’에 따르면, 공기 재순환은 환기공조시스템에서 일반적인 에너지 절약 수단이지만 감염병 예방 측면에서는 좀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잘못된 공기 재순환은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바이러스를 운반하여 감염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혼합환기 등 해당 공간에 적정한 체계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핀 뒤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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