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에너지문제, 균형과 조화에 답 있다
최근 만난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요즘 언론 기고나 SNS에 진정성 있는 글을 올리기가 두렵다”고 했다. 에너지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첨예한데다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어서라는 것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경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에너지는 그 어떤 사람도 전체를 꿰뚫어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전문적이며 상호 연관돼 있다. 하나의 데이터를 보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문제 있어 안보(수급안정)와 탄소중립, 그리고 성장이라는 세 마리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우선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에 달해 에너지안보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이자 원칙이다. 세계적으로 리더그룹에 속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위 국가이기 때문에 탄소중립 이행도 시대적 과제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이은 직접투자 증액 압박, 미국산 에너지수입 확대 요구 등은 우리에게 성장을 통한 생존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가진 자원이 없어 각종 신기술과 수출로 먹고 살아야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취임 이후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데 이어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잇따라 폐지했다. 대신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활용을 본격화하고 2050년까지 신규 원자력발전 10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26일 한미 양국의 원자력 기업들이 소형모됼원자로(SMR) 협력에 대한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긍정적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이산화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같은 신기술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브릿지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 건립은 시급한 과제이고, 에너지 효율향상과 수요분산은 당면과제다. 이처럼 복잡 다양한 문제는 어느 한 사람·집단의 주장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곧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제출해야 하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정치색을 버리고 각 영역의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후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 내야한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나, 자기네 주장만 옳다고 강요하는 집단, 한 가지 에너지원에만 올인하는 정책은 위험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