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결속…흔들리는 ‘트럼프식 외교’

2025-09-04 13:00:02 게재

시진핑·푸틴·김정은 ‘톈안먼 반미시위’

CNN “전승절, 미 외교약화 보여준 무대”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반미연대를 과시하자 미국과 서방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에 북중러 3국 정상이 함께 선 장면을 ‘반미 작당’이라고 표현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전승절 직후 그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때, 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를 전하라”고 비꼰 뒤 “중국은 미국에 큰 빚을 졌다. 우리가 얼마나 도왔는지를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발언은 미국 중심의 외교 전략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승절 직후 미 국방부에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할 준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재건하고 억지력을 확립하라고 명령했다”며 “이는 갈등을 원해서가 아니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퍼레이드로 위력을 과시했지만 미국의 억제 태세는 방어적이며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전 행정부의 취약성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이 더욱 가까워졌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전임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연결지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외교적 해법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면서도 베이징과의 외교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는 마오쩌둥식 군복을 입은 시 주석이 첨단 무기와 병력을 앞세우며 열병식을 지휘했다. 초음속 미사일, 수중 드론, 전투기 편대가 공개됐고, 헬리콥터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시 주석 양옆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앉아 있었고, 세 정상은 공개적으로 반서방 연대를 과시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북중러 결속을 “독재적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는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응도 빠르게 이어졌다. 재무부는 중국 화학업체를 마약 원료 유통 혐의로 제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2·3단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거래와 관련된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확대하며 반미연대를 흔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인도와 같은 파트너를 중국에 더 밀착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의 친분 외교는 무력했고, 전승절은 미국 외교가 약화됐음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행사에 딸 김주애를 대동한 점에도 주목한다. 이는 북한의 왕조적 정통성을 과시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러 연대는 아직 공식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분명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와 추가 제재 카드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과의 균열, 인도의 이탈, 서방의 미온적 태도는 그의 외교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과 외교적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국제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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