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민센터+주민 ‘특별한 동네사업’ 발굴
서초구 ‘우리동네 사업 보고회’
구청장과 주민대표 함께 논의
“어린이 통학로인데 담장 색이 바래고 훼손이 심해 안전성과 심미성이 떨어집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으로 재단장하겠습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예술의전당 공연·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지역 문화시설과 협업해 온 마을이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를 조성하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구청 5층 대회의실. 서초1동부터 시작해 방배동과 양재동 내곡동까지 각 동장들이 내년에 동주민센터에서 진행할 사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사업과 동만의 특색 있는 사업을 한두가지씩 발표하는데 마무리는 엇비슷하다. 전성수 구청장과 배석한 각 부서장들에게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9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앞서 ‘주민과 함께 그리는 내일, 2026년 우리동네 사업 보고회’를 열었다. 동별 주요 사업이나 새로운 구상을 담은 사업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여느 사업보고회와 달리 주민자치위원장이나 통장협의회장 등 각 동별 주민대표들이 2~3명씩 함께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발굴했지만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사전에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할 방안과 동네 매력을 살린 구상을 논의한 참이다. 보고회에서는 다른 동 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한다. 구는 “지난해 보고회에서 제안된 몇몇 사업은 실제로 추진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졌고 그만큼 호응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회는 18개 전체 동을 2개 권역으로 나눠 열렸다.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잠원 반포 등 8개 동, 오후에는 서초 양재 등 9개 동이 참여했다. ‘생활밀착형 사업’은 주민들이 호소하는 불편을 반영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산책로와 연결된 경부고속도로 나들목 연결로에 보행자 작동 신호등을 설치하자거나 파손과 균열이 심한 보도블록을 전면 교체하자는 등이다.
‘우리동만의 특색 있는 사업’은 해당 동네가 보유한 각종 자원을 활용하거나 인구 구성을 고려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노년층 인구가 많은 동네에서는 노인종합복지관과 협업해 당뇨를 예방·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가 많은 곳에서는 인근 대학이 보유한 유아숲체험원에서 ‘조손의 날’을 갖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보고회에 함께한 주민들 다수는 동장이 발표한 동네 사업이 성사되도록 보충 설명에 나섰다. 구청장과 현장에서 만난 자리에서 건의한 내용들이 반영된 데 대한 감사 인사도 줄을 이었다. 보고회 말미는 동장 자랑이었다. 동별 주민대표들이 경쟁하듯 “우리 동장이 발표를 가장 잘했다”며 “훌륭한 동장을 보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자 대회의실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전성수 구청장은 “지역 대표들이 칭찬으로 공무원을 춤추게 한다”며 “민·관이 동네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화답했다.
각 동주민센터 공무원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발굴한 내용들은 부서별 검토를 거쳐 내년 사업에 반영될 예정이다. 추진 과정과 결과는 ‘소통의 장’이나 ‘찾아가는 전성수다’ 등 구청장과 주민이 만나는 현장에서 공유하게 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동네를 손금처럼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색다른 정책들이 서초를 한층 더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라며 “주민들 마음을 잘 헤아려 완성도를 높이고 체감하는 정책이 되도록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