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해외연수 개선’ 목소리 확산
‘권익위발’ 경찰 수사 계기
의회 곳곳서 개선방안 제시
행안부도 가이드라인 내놔
항공료 등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으로 전국 지방의회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 해외연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진지 견학 수준을 넘어 공공외교 관점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부터 아예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폐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19일 전국 지방의회에 따르면 지방의회들이 일제히 의원 공무국외출장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울산시의회와 울산 중구·북구의회는 최근 ‘의원 공무국외 출장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안(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핵심 내용은 ‘출장 사전 검토 및 사후 관리 강화, 국외 여비 개인 부담 금지' 등이다. 출장계획서 공개시기를 출국 45일 이전으로 대폭 앞당기고 주민 의견을 10일 이상 수렴하도록 했다. 출장경비도 심사위에서 의견된 사항만 지출할 수 있고 그 외 비용을 지출하거나 제공받을 수 없게 했다.
경기도의회는 유사한 내용의 개정조례안을 지난 12일 가결했고 다른 지방의회들도 의원 공무국외 출장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기지역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행안부 표준안의 자부담 금지 규정을 적용하면 유럽 미국 등 장거리 연수는 불가능해 논란도 있지만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출장비 부풀리기나 외유성 출장 논란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시 서구의회 지방의회혁신집담회에서다. 김옥수 서구의회 의원은 지난 9일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매년 전국 지방의회 243곳에서 4016명의 의원과 관련 공무원 1200명이 해외연수에 160억원 가량의 혈세를 쓰는데 외국 선진지 선택과 기관 방문 어려움 등으로 연수가 외유성으로 변질되고 무용론으로 이어진다”며 “행안부 지방자치 담당부서에서 지방의회가 못하는 업무를 맡아 세금이 용도에 맞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면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폐지하고 필요 시 본인 자부담으로 다녀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의회외교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방의회의 국제·외교 활동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장혜영 중앙대 교수는 “의원외교는 성과 공유 부족으로 단순 연수로 비춰지고 예산과 인력 한계로 외교역량 발휘가 제약된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예산 지원, 전문조직·상설기구 설치, 중앙정부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김미숙 경기도의원은 “지방의회 의원외교가 실질적인 외교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해외연수가 관광처럼 비춰져 도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이 남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과 성과 중심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진안군의회에선 의원 해외연수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명진(무소속) 진안군의원은 지난 6월 정례회 본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별다른 성과도 없이 매년 연례행사로 시행되는 군의원 국외연수를 임기 4년 동안 1회 또는 격년으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진안군의회 해외연수비는 연간 1인당 400만~500만원가량인데 군 공무원은 30년 공직생활 내내 1~2회 해외연수를 경험하는 것에 비하면 지방의원이 해마다 국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안군에 295세대 1155명의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이 거주하는데 군의원 국외연수비 예산을 이들의 모국방문비로 편성하면 해마다 7가구 이상이 모국을 갈 수 있다”며 “의회 구성원으로서 하기 어려운 고해성사 같은 말이지만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년간 전국 지방의회가 주관한 지방의원 국외출장 915건을 점검한 결과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경비보다 부풀린 사례를 적발, 지난 2월 87개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곽태영 기자 전국종합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