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세제조정 빠진 부동산 대책 효과 거둘까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하곤 했다. 두더지가 튀어나온 후에야 망치로 내려치는 게임에 정부의 ‘뒷북대응’을 빗댄 말이다. 정부가 규제 적기를 놓치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투기확산과 시장불안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정부가 15일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한강 이남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는 초강력 대책이다. 이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발표한 두차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부에서 또 집값이 뛸 조짐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규제지역 뿐만 아니라 토허구역까지 광범위하게 지정해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정책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유세와 양도세 개편 등 세제조정이 빠진 대책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대책을 발표하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로 대표되는 거래세 조정을 언급하며 시장에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대책과 경고에도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7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규제, 재건축 규제, 종부세 강화, 임대차법 도입 등 쓸 수 있는 카드 대부분을 다 동원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두더지 잡기 게임’의 뒷북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 집값은 폭등을 거듭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용적률 조정, 인허가 완화 등을 통한 신규 주택뿐 아니라 선제적 세제조정을 통해 매물을 늘려 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회복 없이는 어떤 대책도 장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실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은 정권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는 규제를, 이명박·박근혜정부는 규제완화를 기조로 삼았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힘입어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거래침체를 이유로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고 대출규제도 완화했다. 이는 시장에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심어줬고 그 결과 집값은 매번 신고가를 경신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은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저출산·고령화 대응’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2.5% 증가한 70조4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하지만 집값을 잡지 못하면 어떤 저출산 대책도 실효가 없음을 정책당국자들이 제대로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