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권한 늘어나면 국민 삶 나아지나 질문에 응답해야”

2025-10-21 13:00:35 게재

이재명 대통령, 경찰의 날 80주년 기념식 참석

스마트·민생·민주경찰 비전 제시 … “중립성 확보”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자치경찰제의 단계적 확대,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국민께서 엄중히 묻고 있다”면서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는 질문에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경찰 권한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한 대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창경 80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념식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경찰의 날 행사다.

이 대통령은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 감소, 범죄 검거율 역대 최고 수준 유지 등의 성과를 거론하며 경찰관들과 경찰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에게 주어진 공권력의 유일무이한 근거는 ‘국민의 신뢰’”라면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경찰로 확실히 변모하려면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능동적 ‘스마트 경찰’, 유능한 ‘민생 경찰’, 진정한 ‘민주 경찰’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스마트 경찰’과 관련해 “마약,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사이버 범죄 등 범죄의 양상이 국경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도화되고 있다”면서 “국가 간 공조, 관계기관 간의 협업을 강화해 범죄 대응 능력을 높이고,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범죄 예방과 치안 활동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수호하는 유능한 ‘민생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수사의 책임성과 공정성, 전문성과 신속성을 끊임없이 높여가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체계를 꼭 확립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제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해 “늦장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관련 기관들과 협력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써달라”고 말했다.

마약 문제에 대해선 “공급부터 투약까지 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수사, 치료, 재활이 연계되는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마약이 우리 국민 일상에 침투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ADEX 2025 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제복 입은 시민, 민주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민주 경찰’이야말로 ‘민주 대한민국’의 근간”이라면서 “경찰이 권력의 편에 설 때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는 유린당하고 국민주권은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의 밤에도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경찰 지휘부가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친위쿠데타에 가담했다”면서 “국민주권정부는 그 오욕의 역사와 불명예를 씻어내고 우리 경찰이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민주 경찰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올해의 경찰영웅 유가족과 순직경찰 유가족, 치안 협력단체 등에서 참석했다. 해외 경찰 관계자 및 국제경찰청장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30개 해외 법 집행기관 치안 책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올해의 경찰영웅으로는 3.1운동 당시 함흥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이후 경찰에 입직해 인천여자경찰서장으로 재직했던 고 전창신 경감, 2015년 경찰의 날에 지적장애 청소년을 구조하다 달려오는 열차에 부딪혀 순직한 고 이기태 경감이 선정됐다.

이 대통령은 휴가 중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하여 민생범죄를 예방한 대전서부경찰서 이진웅 경사에게 표창을 친수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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