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청년·노인 집수리 걱정 덜었다
광진구 화양생활지원센터에서 지원
단독·다가구주택 ‘관리사무소’ 역할
“집에 오시는 선생님이 형광등이 깜빡깜빡한다고 그래. 그런 줄도 몰랐지.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시키는 대로 철물점에서 형광등을 사서 기다렸죠.”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사는 1인가구 주민 조애자(76)씨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달 공공 일자리 인력이 집까지 찾아와 형광등을 교체해 줬기 때문이다. 이웃 중곡동에 사는 성 모(41)씨는 욕실 샤워기 수전이 고장 나 1주일 가량 불편을 겪었는데 전화 한통으로 해결됐다. 그는 “구 소식지에서 보고 혹시나 싶어 연락해 봤는데 20분만에 통째로 교체해 줬다”며 “1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광진구에 따르면 지난 9월 문을 연 화양생활지원센터가 1인가구 주민들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간단한 집수리부터 일상에 필요한 각종 용품 대여, 큰 이불 등 빨래에 청소와 지역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공간이다.
단독·다세대 가구가 밀집된 동네가 많은 만큼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처럼 주민들 생활편의를 돕기 위한 시설을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 올해 신청사로 입주하면서 여유 공간이 생겼다. 화양동에 있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관제센터가 지난 4월 신청사에 둥지를 틀면서 2층 94㎡를 새롭게 꾸몄다. 구 관계자는 “화양동은 대단지 아파트가 적고 건국대 세종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동네로 청년 1인가구 수가 서울시 내에서도 압도적으로 높다”며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화양생활지원센터에 들어서면 입구쪽 방에 있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부터 눈에 띈다. 홀몸노인이나 취약계층 주민들이 이불이나 커튼 등 대형 빨래를 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안쪽 진열대에는 가정에서 필요한 전자제품을 구비해 놓았다. 제습기와 무선 청소기를 비롯해 진드기 제거 청소기, 빔프로젝터 등이다. 혼자 사는 가정에서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각종 공구도 있다. 주민 누구나 짧게는 사흘부터 길게는 20일까지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는 공유 물품이다. 반지하 주택이 많아 제습기를 찾는 주민들이 많다.
무엇보다 간단한 집수리가 인기다. 전등 수도꼭지 샤워기 교체 등이 가능하다. 주민들은 재료비만 부담하면 된다. 당초 화양동 일대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주민들 호응이 좋아 구 전역으로 확대했다. 중곡동 주민 성씨는 그 혜택을 본 1호 수혜자다. 이진호 매니저는 “수리 업체를 부르면 출장비만 몇만원씩 부른다”며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과 공무원과 매니저, 공공 일자리 3명까지 총 5명이 근무하면서 택배 보관, 소형 폐가전 수리·나눔, 골목 순찰과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처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 등을 발견하면 동주민센터나 관련 부서에 알려 즉각 대처하도록 한다.
내년에는 전산장비를 보관하던 방을 새로 단장해 주민들이 회의나 소모임에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공 일자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 집수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세탁물 방문 수거와 배달도 구상하고 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화양동은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이라 다른 동네와 차별화된 공공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주민들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는 맞춤형 주거정책을 통해 살기 좋은 광진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