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 러시아 보좌관과 통화 유출

2025-11-27 13:00:04 게재

‘트럼프 칭찬하라’ 조언

미 정치권·국제사회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담당자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러시아 고위 인사와 비공개 통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위트코프 특사가 지난 10월 14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과 약 5분간 통화한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

당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중재에 성공하고 이집트에서 ‘가자 평화선언’에 서명한 직후였다.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불과 사흘 전에 이뤄졌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휴전 성공을 축하하고, 트럼프를 “평화주의자”라고 칭찬하면 협상 분위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조언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통화 이틀 뒤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고 위트코프의 조언대로 말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위트코프가 러시아에 ‘영토 교환’ 방식을 거론한 대목이다. 그는 도네츠크 지역 통제와 다른 지역의 상호 교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나는 이제 평화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 미국 측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 초안에 포함된 28개항 중 일부와 유사한 내용이다. 당시 초안은 크림반도를 포함한 5개 점령지를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 협의하는 구상이었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해 초안을 19개 항으로 줄였다. 우크라이나 입장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평화안 초안이 위트코프의 조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미국 정치권도 발빠르게 반응했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이런 비공식 접촉과 비밀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역할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표준 협상 방식이고, 협상 담당자가 하는 일일 뿐”이라며 위트코프를 적극 옹호했다.

러시아 측은 통화 유출이 양국 관계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누군가 유출했고, 우리는 도청하지 않는다”며 정보 유출 배경을 의심했다. 그는 일부 대화는 암호화된 채널로 진행됐으며 녹취 자체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평화 노력에 대한 외부의 방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유출과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이런 자료 유출과 무관하며, 공식적 합의와 정해진 협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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