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성착취 ‘K-성매매’의 민낯
‘꽁까이<태국>·푸잉<태국>·푸싸오<라오스>’ 검색하자 성매매 정보 와르르
여행정보로 위장한 ‘범죄 정보’ 온라인 만연
은어·초성 ‘암호’ 사용 성매매처벌법 조롱
“처벌 어렵다 인식 만연” “기획·위장수사를”
온라인이 원정성매매 관련 후기와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마무리로 관광수요가 늘기 시작한 2023년 무렵부터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알선·권유·유인을 금지하는 성매매처벌법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성매매 정보, 조직적 생산·공유 정황 = 젊은 여성을 뜻하는 ‘꽁까이(베트남어)’ ‘푸잉(태국어)’ ‘푸싸오(라오스어)’ 등을 열쇳말로 ‘후기’ ‘밤문화’ 따위의 단어를 함께 포털 사이트에 입력하면 해당 국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게시물들이 검색창을 10쪽 가까이 메울 정도로 쏟아진다. 성인인증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 게시물 상당수는 고급 숙소 등 옵션이 포함된 ‘통역사·에코걸’(성매매 여성) ‘황제관광(투어)’, 여럿이 유흥비용을 갹출하는 ‘조각(모임)’ 등 원정 성매매와 관련된 은어 일색이었다. 이 외에 △철창·ㅊㅊ(미성년자가 많은 성매매 집결지) △홈런·장타·붐붐(성관계) △도서대여(성매매) 같은 은어, 또는 특정 현지 유흥업소 이름이 등장하는 게시물도 많다. 대부분 성매매 관련 글이다.
최근 흉흉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동남아 관광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시물은 꾸준히 발견됐다.
아동·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에 따르면 동남아 내 한국인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성매매 정보를 생산·공유하고, 후기 게시판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업소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은어 몇 개만 입력해도 원정 성매매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데 이에 대한 단속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력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담당 기관인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의 연간 통신심의 건수는 2008년 2만9589건에서 2024년 35만6945건으로 16년 새 12배 이상 증가했다. 음란·성매매 정보 시정요구 건수도 2023년 5만4429건에서 지난해 8만1755건으로 급증세다.
그러나 심의 인력은 같은 기간 21명에서 43명으로 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담당자 1인당 연간 검토량이 1409건에서 8301건으로 약 6배 늘어난 셈이다. ‘암호’를 방불케 하는 소통 행태도 감시망을 비웃는다.
방미심위 관계자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초성, 은어 등을 사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성매매 업소 정보에 대해서는 일대일 채팅이나 비공개 답변 등을 통해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모니터링 및 성매매처벌법상 불법정보 요건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성매매 행위 장소가 해외라는 점, 성매매 및 알선·유도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해 죄의식 없이 보다 광범위하게 정보 등이 유통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은어를 수시로 바꿔가며 법망을 피하는 수법에 대응하려면 단순 키워드 필터링을 넘어, 성착취 알선 맥락을 읽어내는 고도화된 기술적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범죄 징후 포착 시 차단과 수사 의뢰가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온라인의 모의가 실제 범죄로 실행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기획 수사와 특별 단속, 그리고 위장 수사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무자격 현지 여행사들, 은밀한 거래” = 한편 올해 특히 도마에 오른 것은 라오스 성매매였다. 라오스는 낮은 물가와 때 묻지 않은 이미지로 2010년대 중반부터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렸지만 코로나19, 국가부채 급증 등의 충격 속에서 매력이 줄어들면서 성매매 관광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라오스 출국자 중 남성 비율은 올해 67.9%로 전체 해외출국자 남성 평균 비율인 50%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시민단체와 여행업계 등에서는 원정 성매매가 여행사 등 공식 채널이 아니라 국내 또는 현지 범죄조직과 연계 가능성이 높은 무자격업체나 일부 가이드 등을 통해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라오스 문제와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성매매와 연계 가능성이 제기됐던 한 대형 여행사는 대리점과 현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계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여행사측은 대리점과 협력사들에 문제 발생시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취지의 공문도 발송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여행사들이 해외 성매매 상품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일부에서 대형 여행사 대리점들의 일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자칫 계약이 파기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소지가 높은 부분은 현지 랜드업체나 가이드 또는 국내 여행사와 관계가 없는 무자격 현지 여행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한 은밀한 거래”라며 “특히 최근에는 개별 여행자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관련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범죄 연루 가능성 = 실제로 2023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는 골프 여행을 떠났던 한국인 사업가가 성매매 현장을 덮친 일당의 협박을 받아 13억원을 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에는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공갈 혐의 등으로 1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범행을 계획한 관리책 1명은 현지 경찰과 국내 송환을 협의 중이다.
일당은 태국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A씨를 유치장에 갇히게 한 뒤, 석방을 조건으로 협박해 2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책을 중심으로 피해자 유인책,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경찰에 약 6000만원을 주고 범행에 가담하도록 섭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성매매 단속에 걸려 유치장에 입감돼 현지 경찰로부터 “실형을 살 수 있다”는 등의 협박을 당했다. 이후 협박에 시달린 그는 일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한국인의 해외 원정 성매매가 단순 일탈을 넘어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얽히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여성들이 납치·감금돼 강제로 성매매에 내몰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거점을 두고 중국으로 송환된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 주범들의 경우 사기·불법도박·납치 등과 함께 여성 강제 성매매 혐의도 받는다. 이들 조직은 ‘고수익’ 등을 미끼로 각국 여성들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조직은 필리핀과 캄보디아를 거쳐 미얀마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24 인신매매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여성 아동의 인신매매 피해는 2019년보다 38%가 늘었고, 60%가 성 착취 목적 인신매매였다고 한다. 차일드라이트(Childlight)의 ‘서치라이트(Searchlight) 2025’는 아동 성착취(CSE) 조직이 합법적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에 중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빈곤 아동의 취약성을 조직적으로 악용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경고했다.
이재걸·장세풍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