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남북간 적대완화는 통일부 역할”
자주파-동맹파 갈등 속 통일부 힘싣기
외교부에는 “경제영토 확장” 역할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남북 간에 적대가 완화될 수 있도록, 신뢰를 조금이라도 쌓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이는 통일부가 해야 될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에 일부 갈등이 노출된 상황에서 대북 정책 관련은 통일부 역할로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통일부 및 산하기관을 상대로 업무보고에서 “과거에는 (남북이) 원수인 척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혹시 남쪽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을 해서 3중 철책을 치고 있다고 한다”면서 “남북간에 소통 대화 협력 공존의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교부와 통일부는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갈등 상황을 일부 노출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업무보고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첫 정례협의를 두고 두 부처가 딴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결국 대통령실에서도 양측에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날 업무보고에서 외교·통일부를 균형있게 다루면서도 대북 관련 신뢰 쌓기와 관련해선 통일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암묵적으로 통일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올 한해 외교 성과를 점검하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보고했다. 조 현 외교부 장관은 특히 내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 성과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내년에도 적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특히 핵잠·원자력협력·조선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내년 이른 시기에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추진하고 또 일본과의 셔틀외교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에 대해선 "최근 경제 분야에서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저는 외교가 결국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외공관이 문화 진출, 경제 영토 확장의 교두보, 첨병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평화공존 3원칙을 세운 점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맞물려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금부터 4개월이 한반도 정세를 가를 분수령”이라면서 “한반도의 평화 공존 원년을 만들기 위해서 내년 4월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크다”며 대응책 마련을 시사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에 대한 업무보고 후 오후부터는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의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선 ‘생산적 금융’ 정책과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에 대해 논의가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에 대한 대응책 등 현안 논의 가능성이 높다. 쿠팡사태를 계기로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법무부 보고에선 검찰청 폐지 준비 상황 등 검찰개혁 논의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보완 수사권 존치 여부 등 남은 쟁점을 놓고 토론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