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설계사 시험장이 보여주는 진실

2026-01-06 13:00:02 게재

서울의 한 보험설계사 시험장을 찾았다. 여느 대학 강의실보다 넓은, 200석은 훨씬 넘는 규모다. 시험감독관이 입장을 알리자 시험장은 삽시간에 빈틈없이 가득 찼다. 시험은 하루에도 수차례 열리는데 시험장은 매번 가득 찬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보험설계사 시험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최근 ‘n잡러’ 열풍과 무관치 않다. 두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 사람을 의미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생계유지를 위해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 인기가 만만치 않다. 배달이나 택배 같은 육체노동이 아니라는 점과 소속 보험사가 자격증 취득 준비부터 등록, 초기 정착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일부 n잡러 신입설계사들이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두자 보험사와 대리점들은 설계사 유치에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보험설계사를 한다면 수입이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기대감은 커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물가는 치솟는데 제자리걸음인 급여통장 때문에 n잡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시험생 중에는 취업이 어려워지자 아예 보험 영업으로 눈길을 돌린 청년층은 물론 경력단절을 극복하려는 여성들까지 다양했다. 이들 중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지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십년 지낸 직장에서 퇴직한 후 재취업을 하지 못한 이들이 그들이다.

그런데 곳곳에 백발이 성한 고령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어떻게 이 시험장에 왔을까’ 궁금해졌다.

‘저분들이 OMR답안지를 처음 접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찰나 여기저기 소란스러워졌다.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하기도 전에 OMR 답안지에 잘못 표기했다며 여기저기서 “새 답안지를 달라”는 소리가 나온다. “손을 들면 찾아 간다”고 강조했지만 어느새 시험 감독관에게 가서 새 OMR카드를 낚아채는 이들도 있다.

시험감독관들이 소란을 잠재운 뒤 시험이 시작됐다. 능숙하게 답안지를 제출하고 조기 퇴장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끙끙대는 이들도 있다. 방금 전 소란의 주인공들이다. 한번도 쥐어본 적 없는 컴퓨터용 사인펜, 자그마한 빈칸으로 가득한 OMR카드, 어려운 보험용어의 시험지를 들여다봤지만 합격률은 높지 않다.

보험설계사로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자신의 보험을 갈아타야 하고, 수당에서 세금을 뗀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이도 상당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고령자들은 이렇게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1년 버티는 사람이 1/10도 안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보험설계사 중 60세 이상(남성 19.9%, 여성 21.2%)이 가장 많았다.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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