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은 던져졌다
6.3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전국이 행정통합 열기로 들썩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에 불붙은 충청 행정통합 논의는 호남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런 와중에 행정통합에 가장 앞서 가던 부산·경남은 선수가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는 관중처럼 느껴진다.
부산시와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5일, 지난해 말 시·도민 4047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53.65%가 통합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한다’는 29.2%였다.
그런데도 시·도민의 실제 분위기는 충청권이나 호남권과는 사뭇 다르다. 여론조사와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다.
찬성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3년을 기다리며 활시위를 당겨온 단체장들 역시 심드렁한 것 같다. 해외 순방 중이긴 하지만 평소 SNS로 할 말은 하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물론, 행정통합 카드를 먼저 제안했던 박완수 경남지사도 속도전보다는 ‘주민투표 후’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친다.
물론 공식적인 발표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다. 오는 13일 공론화위 발표 후 최종의견서를 받아 두 단체장이 통합 추진을 결정하는 것이 로드맵이다. 하지만 이미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됐고 언론에 다 알려졌는데 형식적 로드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부산·경남은 다른 지역들과 달리 상향식으로 추진해왔다. 주민투표라는 난제를 앞두고 타 지역들이 주민 수용성을 우려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후 사정을 보면 오히려 기뻐해야 할 터인데도 시큰둥한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출발부터 다른 부산·경남의 사정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행정통합이 추진된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다. 2022년 지방선거 직전, 출범만 하면 될 부울경특별연합은 단체장들이 바뀌며 갑자기 무산됐다. 이후 진행된 행정통합은 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추진된 것처럼 비춰졌다.
2023년 6월 여론조사를 근거로 포기했던 부산경남 통합을 다시 살린 것은 대구·경북의 통합논의였다. 이번에도 충청권과 호남권 여론에 힘입은 바 크다. 불과 3개월 전 조사에서 부산경남 통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49.6%였고 ‘필요하다’는 의견은 36.1%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공은 던져졌다. 시·도민의 찬성이 다수다. 이제는 박 시장과 박 지사가 답을 할 차례다. 문제는 통합단체장 결정시기다. 주민투표라는 절대적 시간 제약을 뚫고라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할지, 4년 뒤로 미룰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또 다시 억지로 끌려가는 모양새를 취할지 결단을 내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