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다시 ‘벤처정신’을 부른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중소기업인들이 올해 경영환경을 전망하며 뽑은 사자성어다.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만큼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대전환의 시대’ 한가운데 서 있다. 인공지능(AI)과 딥테크의 비약적인 발전은 산업경계를 허물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 저성장, 내수침체 등 국내외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 와중에도 지난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에 올랐다. 중소기업 수출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반도체 쏠림이 심하다. 전체 수출의 약 24.4%를 반도체 하나가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소기업 수출도 마찬가지다. 화장품과 중고차에 편중돼 있다. 미국과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지정학적 위험요인에 노출돼 있다.
특히 총수출의 83.5%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우 곳곳에서 위기징후가 확인된다. 한국의 국민소득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10년대 초 28%에서 2023년 24%로 하락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이 현재 주력제품시장이 치열한 경쟁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제조업 벤처기업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벤처기업도 4년 연속 감소세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제조업 벤처기업은 전체의 67.6%(1만6658개사)였지만 2024년에는 54.5%(1만9544개사)로 13.1%p 축소됐다.
지속가능한 성장사다리도 취약하다. 우리나라 830만개 사업체 가운데 약 95%가 소상공인이다. 소기업과 중기업은 4.7%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다시 붙들어야 할 해답은 분명하다. 바로 ‘도전정신’과 ‘혁신’이다.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IT산업으로 경제를 일군 건 벤처정신을 가진 혁신기업들이다. 이들은 개방형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작지만 강한기업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기업과 중기업이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취약한 재도전과 회생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한번의 실패가 주홍글씨로 남으면 벤처정신을 발휘할 수 없다. 실패도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거리낌 없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과감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도전’과 ‘혁신’이 편하고 자랑스러운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