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권 따라 바뀌는 입시제도
과거 입시제도는 우연하게도(?) 대통령 자녀들이 상급학교를 진학할 때마다 바뀌었다. 박정희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씨가 고교 진학할 때인 1974년 서울부터 고교별 시험이 폐지돼 평준화가 됐다. 박씨는 이른바 ‘뺑뺑이 1세대’다. 전두환 대통령 딸인 전효선씨는 1981년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자 학력고사만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른바 ‘졸업정원제 1세대’다.
대통령이 자식을 위해 입시제도를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 특히 대입제도가 흔들려 온 것은 사실이다.
김영삼정부는 기존 학력고사 대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실시했다. 김대중정부는 수시를 도입했다. 보수 진보 정권을 불문하고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수시와 정시제도는 ‘조 국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또 다른 변형된 입시제도로 전락했다. 사교육 시장은 2024년 발표 기준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5년에 비해 초중고 학생수는 100만명 가량 줄었지만 사교육 시장은 17조8000억원에서 약 64% 증가했다.
지금은 수시와 정시, 내신과 수능, 거기다 지난해 도입된 고교학점제 등 좋다는 입시제도들이 뒤섞인 채 대입제도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 ‘수능 폐지론’ 등 다양한 교육 이슈가 다시 들썩인다. 고교학점제도는 도입한 지 1년 만에 또 바뀔 예정이다.
현재 유치원 등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걱정이다. 지금부터 주관식 시험과 ‘대학 본고사’ 준비를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이나 ‘의대 준비’를 시키는 게 한국사회 풍토다. 이 과정에서 ‘부(富)=학벌’ 공식이 고착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교육청(교육부를 잘못 말한 것)이 할 일도 없어 이를 없애자는 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물었다. 교육부 장관이 답변을 못하자 “교육부가 할 일 많죠. 없애야 한다는 얘긴 아니니까 오해 마시길 바란다”고 수습했지만 교육부를 ‘실패한 정책 부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본질은 유사하다. 한석봉 어머니든 강남 엄마든 ‘교육열’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람의 역할과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고 한다.
교육제도는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정치적 인기수단이 되거나 탁상공론이 반복되면 피해는 국민들 몫이다. 위정자들은 교육이라는 큰 에너지가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발휘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차염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