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반회사채 발행액 53조…14년 만에 최대 규모

2026-02-04 13:00:06 게재

42조는 채무상환 용도 … 시설투자 2조, 4%에 그쳐

올해 만기도래 규모 커져, 시장 위축시 자금조달 악화

CP·단기사채 발행 27.6% 증가 … 연말 잔액 44조 ↑

지난해 기업들이 발행한 일반회사채(금융채 제외) 규모가 53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의 80% 가량을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53조1260억원으로 전년(49조8911억원) 대비 3조2349억원(6.5%) 증가했다.

2011년 61조7973억원을 발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012년 50조4790억원을 기록한 이후 50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30조~40조원대에 머물던 발행 규모가 지난해 다시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빚을 갚기 위해서다. 차환 목적의 발행액은 42조2627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79.6%에 달했다. 차환 목적 발행 비중은 2021년 53.6%, 2022년 60.6%, 2023년 70.5%, 2024년 74.6%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시설투자 발행 규모는 2조1398억원으로 비중은 4.0%에 그쳤다. 2021년 18.7%에서 2022년 20.8%로 늘었지만 2023년 10.5%, 2024년 8.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시설투자나 운영자금으로 쓰기 보다는 채무상환에 투입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발행액을 기록했던 2011년의 경우 차환 목적 발행 비중이 45.4%, 운영자금 비중이 46.6%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금감원은 “우호적인 발행여건(저금리 기조)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전망 및 2012년 상반기 일반회사채 만기도래금액 증가에 대비한 기업들의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전망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 규모가 크다는 점은 2012년과 비슷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인하 폭이 축소될 전망이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지 않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일반회사채 만기도래 규모가 7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비우량물인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의 만기도래 규모가 20.2% 늘어나면서 우량물인 AA-이상의 증가율(13.6%)을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개별 취약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조달 위험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신용등급 AA이상 우량물 발행 규모는 37조2300억원으로 70.7%를 차지해 전년(66.4%) 대비 4.3%p 증가했고 BBB이하 및 A는 29.3%로 전년 대비 각각 0.8%p, 3.5%p 감소했다.

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포함한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276조2510억원으로 전년(278조2433억원) 대비 1조9923억원 줄었다. 금융채 발행 규모가 203조6803억원으로 전년(212조1436억원) 대비 8조4633억원(4.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은행채와 기타금융채는 각각 9조3656억원(12.2%), 2조9837억원(2.4%) 줄었고 금융지주채는 3조8860억원(31.3%) 증가했다.

ABS 발행액은 19조4447억원으로 전년(16조2086억원) 대비 3조2361억원(20.0%) 증가했다. 프라이머리 CBO(P-CBO) 발행이 5조1602억원으로 전년(4조5938억원) 대비 12.3% 늘어난 영향이다. P-CBO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ABS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회사채 잔액은 756조8790억원으로 전년말(692조7242억원) 대비 64조1548억원(9.3%) 증가했다. 일반회사채는 순발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순발행액은 2024년 2조4861억원에서 지난해 8조6755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기업어음(CP)와 단기사채 발행액은 1663조3243억원으로 전년(1303조5250억원) 대비 359조2993억원(27.6%) 늘었다. 지난해말 잔액은 312조3455억원으로 44조4212억원 증가했다. 단기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CP 발행액은 503조1909억원으로 전년(435조1951억원) 대비 67조9958억원(15.6%) 증가했다. 일반CP와 기타 ABCP(PF 이외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CP)는 각각 31조3163억원(13%), 39조8890억원(24.2%) 늘었고, PF-ABCP(PF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CP)는 3조2095억원(11.3%) 감소했다. 지난해말 CP 잔액은 227조8512억원으로 전년말(203조430억원) 대비 24조8082억원(12.2%) 증가했다.

단기사채 발행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발행액은 1160조1333억원으로 전년(868조3299억원) 대비 291조8034억원(33.6%) 증가했다. 일반단기사채는 208조9229억원(33.4%), PF관련 AB단기사채는 35조6622억원(28.0%), 기타 AB단기사채는 47조2183억원(40.9%) 늘어나는 등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말 단기사채 잔액은 84조4943억원으로 전년말(64조8813억원) 대비 19조6130억원(30.2%) 늘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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