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헌법상 긴급재정명령 활용 가능”
“요소·요소수·헬륨도 전시물자 수준 관리”
26.2조 전쟁추경 의결 … 지원금 등 활용
중동전쟁발 고유가 충격에 대응하는 ‘전쟁추경’ 26.2조원이 31일 국무회의에 상정·의결됐다. ‘소득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안’을 의결했다. 올해 첫 추경안이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추경안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등 중동전쟁의 경제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중동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긴급한 경우 헌법이 정한 긴급 재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며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이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 발생 시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 처분을 하거나 이와 관련해 법률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급 비중이 큰 우리 입장에서는 더더욱 철저한 점검과 치밀한 비상 대책이 요구된다”고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말했다.
이어 “정부 각 부처는 담당 품목의 동향을 1일 단위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나프타에 대한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요소·요소수와 헬륨,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생필품과 의료용품 역시 같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량제 봉투 논란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보면 재고가 충분하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재고도 있고 원료도 있는데 특정 지자체들이 준비가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며 지방정부에 대한 보다 엄격한 지도·관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온라인상 허위정보 확산과 관련해 “정부의 위기 대응 노력과 관련해 무분별하게 허위 가짜 정보들이 유포되고 있다”며 “수사기관들도 엄정하게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대응 여하에 따라서 이번 전쟁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정부는 당면한 위기 극복과 함께 중장기 차원의 공급망 리스크 보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경의 대표 사업은 국민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정부는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소득하위 70% 국민, 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을 지급한다. 지난해 6월 추경 때 지급됐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마찬가지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직접 지원금이다.
에너지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도 약 5조원을 투입한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p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자 지원을 강화하고, 시설농가와 어업인에 유가연동 보조금도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김형선·성홍식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