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 바꾼 트럼프 … 협상시한 하루 연장

2026-04-06 13:00:27 게재

“실패하면 모든 것 날려버릴 것”

이란 “중동 불바다 될 것”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시한을 하루 더 연장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 핵심 인프라를 전면 타격하겠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란 지도부는 즉각 반발하며 보복가능성을 시사해 협상과 전면전 사이의 ‘최대 분수령’에 진입했다.

4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Trump National Golf Club) 방문을 마친 뒤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미 동부시간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며 협상시한을 7일로 제시했다. 당초 6일까지였던 공격유예 시점을 하루 더 연장한 것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그때까지 아무 조치가 없다면 발전소도 교량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번 발언은 협상과 군사 압박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48시간’ 최후통첩을 시작으로, 23일엔 닷새, 26일엔 열흘, 그리고 이번 하루 연장까지 총 세 차례 공격을 미루며 여지를 남겼다.

유예가 반복될수록 경고수위는 더 높아졌다. ‘시간을 벌며 압박을 강화하는’ 벼랑 끝 전술이다. 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합의 가능성은 크지만 실패하면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안보를 에너지 수입국 책임으로 돌리던 태도에서 벗어나 “(이란이)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 옵션도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힐 인터뷰에서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지상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란 반응 역시 강경하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무모한 행보가 중동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공조 속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 위험한 게임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은 해협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 간 불신도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직접 협상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란이 5일 뒤 회담을 제안해 진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테헤란 인근 교량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황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군 전투기가 이란에서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제공권 장악 주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 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을 제약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협상 실패 시 파장을 우려한다. 미국이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집중 타격할 경우 이란은 걸프지역 미군 기지나 동맹국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설 공산이 크다. 중동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에너지 시장 역시 중대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군사충돌이 격화하면 유가급등과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아시아·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확전과 합의의 기로에 선 중동전쟁이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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