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멈췄지만 … 미-이란 벌써부터 신경전
해협통행료·동결자금·제재완화 입장차
이어질 핵협상도 주요조항 해석 엇갈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타결을 발표하고 양측 최고위층의 전자서명까지 마쳤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동결자금 해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벌써 드러나고 있다. 양국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가진 뒤 60일간 후속 핵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협상 시작 전부터 핵심 조항 해석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측 대이란 협상 수석대표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ABC방송과 CNBC 인터뷰에서 “어제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19일 서명식 개최 뒤 곧바로 후속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이란의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참석하는 1차 실무협상이 같은 날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는 통행료가 없을 것”이라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파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MOU에 이란의 통항 수수료 징수 권리가 인정됐으며, 향후 해상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선박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통행료 문제가 아직 최종 정리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도 C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되길 바란다”며 “향후 기술적 협상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결자금 해제를 둘러싼 입장차도 뚜렷하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인터뷰에서 후속 협상이 미국의 약속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해상봉쇄 해제와 군사작전 종료,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했다. 이란은 MOU 체결과 동시에 일부 동결자금이 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핵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 수용이 선행돼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돈이 지급되지 않았고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축 우라늄 제거와 국제 검증 수용 등 이란의 행동에 맞춰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합의 내용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MOU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장에서 합의문 공개 시점에 대해 “아마 곧 공개될 것”이라면서도 “서명식 이후 어느 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보수논객 마크 레빈은 엑스(X)에 “합의문도 공개하지 않은 채 익명 브리핑만 이어지고 있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번 MOU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합의에 가까운 반면 핵 프로그램 처리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등 핵심 현안은 모두 향후 60일 협상으로 넘겨진 상태다. 협상 개시 전부터 양측이 주요 조항 해석을 놓고 충돌하면서 실무협상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