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물리, 과학을 넘어 세상을 품다

2019-02-15 11:16:01 게재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만9000원

과학책 같지 않은,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자연과학을 한 묶음으로 담은 책이 나왔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10년 전 펴낸 뒤 다시 고쳐 쓴 '물리학 강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건 2008년이다.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자연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 과학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학술도서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이 책은 물리학의 기초를 설명하는 교양 물리학 입문서이면서도 고전역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같은 물리학의 주요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 21세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혼돈, 복잡계, 엔트로피, 우주의 탄생과 진화, 생명현상까지 물리학의 모든 주제를 다뤘다는 점도 특징이다.

책의 구성도 돋보인다. 학생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이 오가는 강의식으로 구성돼 있어 마치 강의를 직접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철학 문학 인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물리학 원리를 설명한다. 이 책이 특히 주목받는 점은 어려운 과학용어, 외국어를 모두 순 우리말로 바꿔 썼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외선을 넘보라살로, 입자를 알갱이로, 백혈구를 흰피톨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심장 신장 폐를 염통 콩팥 허파로 쓰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국어학자보다 더 국어학자 같은 말이다. 그 덕분에 과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이과가 아닌 문과 출신이어도 한 구절 막힘없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최 교수의 스승인 장희익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의 추천글은 이 책에 더 눈이 가게 만든다. "물리학에 대한 기본 이해가 21세기의 필수 교양이라고 믿는 사람이면서도 지금까지는 늘 물리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를 소개하라면 말문이 막혀왔다. 그러나 이제 더는 주저하지 않고 권할 만한 책이 생겼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스승이 제자이자 동료 학자가 쓴 책에 붙이는 최고의 찬사다. 장 명예교수는 독자들에게도 "생각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전문 분야나 관심사와 무관하게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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